호잉이 영어 Lamp

1.
호잉이가 영어교재를 Day1과 Day2만 했고, Day2 단어는 roof, bedroom, livingroom, garage, diningroom, kitchen, garden, backyard, bathroom, towel, swing, blanket, pillow, blender, armchair, toilet, toothpaste, toothbrush, ladder이다. 표현은 where are you? I’m in the kitchen. 단어가 꽤 많은데 무난히 다 익혔다. 익히는 동안 중간 중간 하품을 했다.

“호잉아, 머릿속에는 뇌세포가 있는데, 뇌세포는 뭔가 하나 알게 될 때마다 연결고리를 만들어. 거롸-쥐 라는 소리를 garage라고 쓰는구나, 이게 차고나 주차장이란 뜻이구나, 이렇게 소리, 글자, 뜻을 영차영차 연결을 하거든? 새로운 걸 배울 때 이렇게 연결을 잘 하면 나중에 생각이 잘 나서 제대로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외울 단어가 많아! 연결할 게 많아! 그럼 영차 영차 일하다보니 뇌세포가 산소를 많이 썼어! 산소 모자라! 그래서 하-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품이 나온다 싶으면, 아 내 뇌세포가 기억하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면 됩니다.”

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과학자들은 인간이 왜 하품을 하는지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알고 있는데 ㅋㅋㅋㅋ 말해주고 나서 찾아보니 뇌의 온도가 올라가면 하품을 하며, 부비동을 통해 뇌의 온도를 식혀주는 기능을 한다는 가설이 있긴 하다. 이건 다음에 추가로 말해주기로 하고. 호잉이는 저 설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무척 좋아했다. 하품이 나오면 내가 머리를 빗어주듯이 쓰다듬으며 “앗 호잉이 뇌세포가 바빠! 소리 뜻 글자 연결하느라 바빠!” 이러고 호잉이는 까르르륵 웃다 넘어가고 ㅋㅋㅋㅋㅋㅋㅋ

“name, address, house 이런 건 이미 연결이 잘 되어 있어서 쓩쓩 생각나기 때문에 뇌세포도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 복습할 때엔 하품이 안 나오죠. 그치?”
“맞아요, 이런 거 할 때는 하품 안 나와요!”

2.
네이버 단어장 만들 때 주의할 점. 그냥 기본저장으로 추가하면 여러 뜻이 한꺼번에 다 들어가고, 나중에 단어장으로 퀴즈 풀 때 여러 뜻 중 하나가 랜덤으로 나온다. 이런 걸 방지하고 외우려는 뜻으로 퀴즈를 풀고 싶다면 단어장에 저장할 때 선택저장을 해야 한다.

이걸 몰랐어서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day2 단어들을 저장한 다음 퀴즈를 풀려니 보기에 ‘정사(섹스)의’ 라는 답안이 뜨는 것이다. bedroom의 세 번째 뜻이었다 -_-); 음.

“단어장 뜻을 우리가 외울 단어로만 새로 저장합시다. 안 되겠네.”
“허~ 난감허네~♪”

호잉이 대답에 웃겨서 뿜을 뻔 했으나 다행히 태연하게 새로 저장하는 작업을 함...

3.
소리로 듣고 외우게 하고, 뜻을 주면 소리로 발음하게 하고, 철자는 나중에야 보여주고, 철자를 보고 읽지 못하게 했다. 내가 기나긴 분자 명칭의 정확한 발음을 확인할 땐 영어사전을 찾은 뒤 발음기호를 보고 읽고 듣기기능으로 소리를 듣고 알려주었다. 호잉이는 나한테 뭘 보고 읽는 거냐고 물었다. 이게 발음기호고, 어떻게 읽으면 되는지 알려주는 표시라고 말해주었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자 호잉이는 깨달았다. 저 발음기호라는 것을 알면, 저건 보고 그대로 읽어도 되는 것이로구나.

“엄마, 나 발음기호 배우고 싶어요!”

...?! 배우고 싶다면야.

“발음기호는 이제 더 이상 알파벳이 아닙니다. a라고 쓰고 이게 알파벳으로는 ‘에이’지만, 발음기호에서는 ‘아’라고 읽습니다. k는 알파벳으로는 ‘케이’지만 발음기호에서는 ‘크’입니다. 그럼 /ka/라고 쓰면 뭐라고 읽죠?”
“카?”
“그렇지. e는 ‘에’. i는 ‘이’ 그런데 좀 작게 소리내는 ‘이’가 따로 있어. ɪ 라고 하면 작게 ‘이’라고 소리내라는 뜻이야. o는 ‘오’, u는 유가 아니라 이제 ‘우’라는 소리의 표시야. a e i ɪ o u. cake는 이 글자로 읽는 게 아니라 발음기호로 봐야 무슨 소리인지 알아. /keɪk/ ‘크’‘에’‘이’‘크’인데 ‘이’는 작게 소리내는 말이지?”

이렇게 일단 아이에오우에 해당하는 거 한참 하다가.

“그런데 발음기호에는 이런 것도 있어! ə! e가 거꾸로 뒤집힌 모양이야!”

호잉이는 여기서 웃겨서 바닥을 한 번 굴렀다 일어나고.

“ɔ도 있어. c가 거꾸로지? 얘도 ‘오’라고 읽어.”
“a와 e가 붙은... æ도 있어!!”
“v가 뒤집힌... ʌ도 있어!!”
“ɜ도 ‘어’라고 읽어...”
이 모든 것 하나하나마다 웃겨서 박장대소하고 땅을 굴렀다 일어났다. 발음기호는 왜 이렇게 웃기게 생겼냐고. 어지간한 모음은 다 했으니까 이걸로 이단어 저단어 영어사전으로 찾아가면서 발음기호를 보고 읽는 놀이를 한참 한 다음에.

“s는 ‘쓰’ 발음이 나서, see, saw 이런 단어들이 ‘시-’, ‘소-’가 아니라 [siː]씨-, [sɔ́ː]쏘-, 이렇게 소리나거든, 그럼 좀 덜 센 ‘스’나 ‘쉬’ 발음을 표시할 기호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이걸 발음기호로는 s를 위아래로 쭉 당겨 늘려서 ... ʃ.”

이거 쓰는 순간 최고로 빵터져서 한참을 웃느라 진정을 못했다. 이후로도 ʃ 이거 볼 때마다 s를 위아래로 쭉 당긴다는 생각에 계속 푸훕 푸훕 터짐. 아니 이게 그렇게 웃긴가?

ð와 θ의 모양은 그냥 재미있다며 잘 봤는데, 앞에 것을 돼지꼬리발음이라고 하고 뒤의 것을 번데기발음이라고 하자 그 명칭에도 또 자지러지게 웃어 넘어감.

모음위주로 연습시키고, 자음은 쭉 발음방법과 기호를 알려는 주되 기억하든 말든 일단 패스. aeiɪəɔoæʌɜuj 요걸 기호로 보고 발음할 수 있는 게 우선이다. 땡땡은 장음, 위에 붙은 세로선은 강세. 아직 자음/모음이라는 단어를 모를 거라서 그 명칭은 쓰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발음기호표 찾으니 많길래 그 중 깔끔한 거 하나 찾아서 인쇄하고, 주의할 점 일일이 체크하고, 덜 중요한 거랑 더 많이 쓰이고 중요한 거 체크해주고, 할머니집에 가야할 시간이라 들려보냈다. 아마 오늘 오후엔 발음기호라는 걸 자기도 이제 안다고 자랑을 하고 퀴즈를 내보라 하고 난리가 날 것.

덧글

  • wafe 2021/01/24 21:49 # 답글

    호잉이는 영어를 꽤 하는군요? 저희 아들은 어째 영어는 알파벳도 헷갈려하는 수준입니다. 학원 보낸 적도 있었는데요 ㅋㅋㅋ 국어 쪽은 제법 하는데 말이에요 ^^;
  • 히요 2021/01/24 22:23 #

    알파벳 알고, 천제이름 원자/분자 물질들 이름을 아는 정도이긴 한데, 워낙 어릴 때부터 알파벳을 봐온지라 매우 익숙해하기는 합니다. 레고 블록 하나 하나 가지고 놀듯이 알파벳이나 단어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면은 있습니다.

    국어는.. 오히려 점검해 볼 계기가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문학 종류는 거의 본 바가 없을텐데 (동화책보다 화학/우주책을 더 많이 봐서;;;) 주인공의 의도, 감정, 이런 걸 잘 알지 어떨지 모르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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