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날개 히요He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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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호잉이와 대화 Lamp

8세.

아침마다 빅스비를 불러서 그날 기온을 확인한다. 현재 기온, 날씨, 호잉이 하교할 무렵의 기온과 날씨, 낮최고기온, 내가 퇴근할 시각의 기온 등등. 그래야 그에 맞춰 애 옷을 입히거나 우산을 준비할 수 있고 나도 가디건이나 옷 길이 등등을 날씨에 맞게 고를 수 있어서 습관이 된지 오래다. 호잉이도 아침마다 오늘 몇도예요? 오늘 비 와요 맑아요? 날씨 찾아봐요, 이런 말들을 한다. 매일 아침 그날 예보를 확인하는 게 얘한테도 습관이 된다면 좋겠다. 확실히 나는 이 습관을 들인 뒤부터 훨씬 생활이 쾌적해졌다. 날씨는 신경쓰지 않으면 제일 통제 안 되고 변덕스러운 영역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최고 최저기온과 비 여부만 꾸준히 확인해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변수로 바뀐다.

아침에 빅스비가 호우특보가 발효됐다고 말했다. 음. 이것은 호잉이에게 호우특보가 뭔지 알려줄 기회. 근데 나는 아나? 호잉이 밥먹는 동안 내가 폰으로 검색해서 같이 알아봤다. 호우는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것. 호우 특보는 비가 많이 오니까 특별한 날씨예보를 하겠다!! 호우 특보에는 주의보와 경보가 있는데, 호우주의보는 (확 압축하면) 세 시간 60미리 이상의 비가 내릴 때, 호우경보는 세 시간 90미리 이상의 비가 내릴 때. 집중호우는 한 지역에 비가 왕창. 국지성호우는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비왕창 내리고 뿅 사라져 예보가 어려운 것. 이걸 찾아다 읽으며 그동안 본 날씨들을 소재로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호잉이는 집중호우를 마인크래프트에서 본 적이 있다고함 ㅋㅋㅋ 한쪽에만 비오고 한쪽엔 안 왔다면서.

비올 때 장화를 신는 이유에 대해서 쭉 얘기해 준 적도 있다. 바닥에 있는 물웅덩이들, 우산이나 비옷이 막아줄 수 없는, 사선으로 내리는 세찬 비. 잘 젖고 잘 마르지 않는 운동화. 이유를 알고 신기 때문에 마른 땅에 이슬비가 내리는 날엔 '물웅덩이가 없고, 있어도 안 밟게 잘 볼 것이고, 내리는 비는 약하니 운동화 신어도 되는지' 를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그러면 오케이. 다만 그러다 운동화 젖으면 다음 번 비올 땐 장화신기로 약속하고.

비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우산을 제대로 들고 있지 않는 모습을 쭉 알려주고, 제대로 든다 한들 바람이 불면 버티는 팔힘이 모자라 우산이 제껴지기도 하고, 제대로 쓰고 팔힘도 세다 해도 빗줄기가 세찬 날은 사선으로 내려서 바지가 젖는 경우에 대해서. 이유를 알면 납득을 하기 때문에 '누가 시켜서 하는 일' - 명령 - 이 아니게 된다. 비가 오면 자연히 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든다.


우산을 드는 법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해 준다. 우산을 들면 우산 반지름을 고려할 때 어디부터 어디까지 비를 막아주는지, 우산을 어깨에 기대거나 몸 가운데에서 멀리 들면 등이나 가방에 비가 맞는다는 것 등등. 그래서 우산이 커버해주는 범위 안에 있으려면 우산 가운데의 막대가 딱 얼굴 옆에 있으면 된다고 얘기한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두 손으로 간격 벌려서 우산을 잡으면 바람이 불어도 튼튼하게 버틸 수 있다. 이제는 곧잘 배운대로 튼튼하고 안정적이게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그래도 어쩌다 휘청 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어서 가방도 방수덮개를 하고 다닌다. 안 하면 안 되냐고 묻는데, 아직 비에 맞는 경우를 일러주고 만약 덮개 없이도 가방이 안 젖게 되면 안 씌우기로 했다. 물온 늘 덮개에 물이 묻어 있으니 호잉이는 씌우는 게 맞구나 본인이 알게 된다. 우산을 큰 걸 쓰면 더 잘 가려지겠지만 무거워지니까 그것도 안 되고.

장화를 신었으니 물웅덩이를 첨벙 첨벙 밟아도 되는가? 장화는 어쩌다 실수로 밟았을 때 발을 보호할 목적이고, 물웅덩이를 세게 밟아 튀면 장화 위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옆에 사람에게 튀어서 상대방 옷을 젖게 할 수도 있다... 는 것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호잉이는 장화 신었어도 물웅덩이를 조심하며 살짝 밟고 지나간다. 원래도 조심성 많은 성향이기도 하다.

90도 배꼽인사로 유명한 호잉이는 우산을 썼어도 우산과 함께 90도 배꼽인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는데. 어차피 비옷에 가방덮개가 있어 그렇게 인사해도 딱히 비를 더 맞는다는 체감은 안 들고 손해도 없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한다. 그래도 비 적게 오는 날은 비옷 안 입기도 하고 학교 갈 때 아니면 가방을 안 매기도 하는데 이건 바로잡는 게 좋겠지. 호잉이에게 우산은 똑바로 들고 있어야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아줄 수 있고, 인사는 이렇게 몸을 숙여서 하는 거니까 우산이 내려간다, 그러니 우산 들고 인사를 할 땐 우산을 세로로 가만히 두고 고개만 이렇게 인사하면 비도 막고 인사도 되고 좋다- 라며 목례를 보여주고 연습하게 했다. 이렇게? 이렇게? 라며 우산 제대로 들고 목례 연습을 몇 번 했는데, 당연하지만 긴 습관을 이 몇 번의 연습으로 이길 순 없는 고로 ㅋㅋㅋㅋㅋ 교통질서 도우미 할머니를 보자마자 우산 째로 꾸벅 인사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몇 번 오다가다 한 번씩 말해주면 이런 것들은 스며들듯 언젠가 몸에 배어 있게 된다.

호잉이가 홍수나겠다고 하길래 일본과 중국엔 지금 홍수가 엄청 많이 나서 힘든 상황이라고 알려 주었다. 우리나라엔 그만큼은 오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시베리아 기단이라고도 얘기해 주었다. 세계지리에 훤한 아이라 시베리아가 어딘지는 알고 있고, 시베리아 하늘에 있는 공기 덩어리가 시베리아 기단이다, 주로 춥거나 시원하고 맑은 공기라 시베리아 기단이 내려오면 날이 춥거나 시원하고 맑아진다.... 지금도 시베리아 기단이 한반도 쪽으로 내려와서 비구름을 밀어내고 있대. 그래서 비가 덜 오고 날이 덜 더운 거래. 이런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해주는 이유. 듣고 자란 언어 수준이 읽기와 크게 차이나지 않도록 유지해 주려고. 어제 사흘이 삼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여기저기서 논란이 꽤 났었다. 독서도 독서지만 일상의 어휘수준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소 듣고 말하며 사용한 언어가 다채로우면 나중에 만날 더 복잡한 언어적 자극에 적응하기 한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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