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이 시대엔 어디에서나 트럼프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지싶다.

만약 한국교육계에 교람프가 나타나, 고교 과목을 국영수사과 다섯 과목으로 모든 것을 통합/단순화하고 수능-정시 백프로로 대학가게 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면 교육계의 모든 전문가들이 욕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난감해하겠지만 수많은 대중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전문가, 전문관료집단, 연구원, 연구결과, 최신이론은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수능위주 안됨, 정시 안됨, 대입루트가 단순화되면 안됨, 교과과정이 단순화•통폐합되면 안됨,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화되어야 함… 그 방향이 아니면 논의가 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이것은 대중의 감정과 같이 가지 않는다. 제도가 헷갈린다, 학생 학부모만 할 것 많아 죽어나게 한다, 교사 일만 가중시킨다, 공정성이 떨어진다, 사교육비가 늘어난다...

어디서나 그렇다. 이론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연구 결과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나, 당위로나 이미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고, 그것이 대중의 실제 감정과 유리된 경우는 흔하다. 사형제도도 그 중 하나다. 공식적으로 사형제도 없는 나라들이 새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당위나 연구는 없다. 그것은 추세로 보아 언제 없어지든 없어져야 할 것으로 고정되어 있고, 대중들은 악인의 사형을 원한다. 정치인 망람프가 등장해 사형집행을 실시하겠습니다! 하면 공식적으론 비난이 일겠지만 수많은 대중이 찬성하지 않을까.

가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고 대중은 다른 걸 원할 때. 그러나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면 비윤리적이네 전근대적이네 차별적이네 욕을 먹게 될 때, 억눌린 감정은 트럼프같은 존재를 원할 것이다. 아무리 비윤리적이고 문제가 많고 시대에 역행하다 못해 퇴행적인 주장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대중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해 주는 방향이라면 강력한 지지를 얻을 것이다.

나는 이 간격을 말과 토론으로 공론장에서 서서히 좁혀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물론 될 리가 없다. 한쪽은 상대방을 계몽이 필요한 미개인이라 생각하고 (주로 하는 말 : "모르면 공부를 해라"), 당위대로 가기 싫은 사람들은 감정을 에너지로 한 실력행사로 이기는 편을 선호한다. 양 쪽의 패러다임이 너무 달라서 사실 좁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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