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빡세다

지난 주말 수업으로 다리와 발바닥과 성대가 뽀개질 것처럼 아프고 피곤한데, 하필 아즈도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린 듯하고, 호잉이마저 옮은 것 같았다. 만약 우리 세 식구만 살았더라면 무지무지 고생을 했을 것이다. 아즈는 자기도 아프면서 애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고, 울 부모님도 애가 아프다니 응급실로 오시고, 나는 애가 토하고 설사하느라 버려 놓은 옷들 대신 입힐 여분을 구하느라고 문닫기 직전인 애기옷가게로 달려가 내의를 여러 벌 사고, 설사를 대비한 큰 유아용 기저귀를 사고.... 부모님이 호잉이를 이틀밤 재워주고 간호해 주시기로 하셨다. 아프고 고생한 우리에게 쉬라고, 그리고 돌봄이 필요한 호잉이에게도 우리는 쓸모없을듯....

육아를 덜고 나도 집에는 늘 일이란 게 있다. 보통 내가 체력 달리거나 바쁘거나 아픈 시기엔 아즈가 알아서 다 하고, 아즈가 그럴 땐 내가 다 하고, 그러면서 상부상조가 되는데 이번엔 이게 겹쳐버렸다. 아즈는 아프고 나는 바쁘고 힘들고.

그래도 어쩌다보니 최근 몇 달 사이에, 청소와 집안일을 좋아하는 인간이 되었나보다.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규칙적으로 저절로 하고 있고 '미룬다'와 '하고 잔다' 중에 고르라면 후자를 언제나 택하는 정도는 된다. 이 집으로 오고 나서부터인 것도 같다. 전보다 넓어진 만큼 어지르면 너무 눈에 띄어서 빨리 치우고 쾌적한 시야를 유지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피곤한데 청소나 집안일을 하면 더 피곤해지겠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라면 집이 깨끗해질수록 실시간으로 비례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빨래를 지금 돌릴 순 없지만 분류해서 바구니에 담아 베란다에 내다 놓고 이불 빨래할 것을 한켠에 개어 놓는 것만으로도 옷방이 깨끗해지고, 청소기는 못 돌려도 정전기청소포로 온 바닥을 다 밀면 바닥이 잔 먼지 없이 깔끔하다. 주전자에 끓여 식힌 채 놔둔 물은 물통에 다 담아서 냉장고에 옮기고, 아즈가 어제 김치찌개 하느라 엉망인 싱크대를 다 닦아서 지금은 하얀 대리석이 반짝반짝하다. 식탁도 다 치웠고 닦았고 이제 설거지만!! 남았는데!! 설거지 담긴 상태가 내 버전이 아니라 아즈 버전이라서 저건 좀 하기 싫네 -_-)... 나는 싱크대에 그릇을 넣을 때 가볍게 헹군 뒤 물을 채워 불려놓는데 아즈는 그냥 막 넣는지라.

이러고 아즈가 나을 즈음이 되면 고마워!!!! 를 외치며 내가 집안일메모용 화이트보드에 적어놓은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해치울 것이다. 내가 많이 하면 더 많이 하려고 하니까 지금 많이 해두면 내일모레글피의 집 상태는 더 깔끔해지는 패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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