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보드게임 게임

간만에 인랑사람들을 만났다. 점심은 부산대 근처의 처음 가보는 특이한 밥집에서 먹었다. 알밥과 스테키 전문점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원래는 라멘을 하려고 했었다" 라는 광고판이 세워져 있어서 모두들 빵터졌다. 내가 먹은 건 메인메뉴인 스테키. 맛은 다 좋았는데, 저 고기 뭉쳐놓은 것이 그다지 갈려 있지 않아서, 깨끗이 잘리지 않았다. 너무 적나라한 고기 모양으로 그대로 분해되는 걸 -_- 떠 올려 익혀 먹는 거라... 내가 직접 고깃집 주인이 되어 발골하는 것 같은 기분... 맛은 아주 좋았다.

Diamant라는 게임. 각자 수레 하나와 말 하나를 가지고 시작한다. 캠프에 말 하나씩 놓고 아무나 카드를 뒤집고 모두 그 카드 위로 말을 이동시키며 탐험해 나간다. 찬/반카드를 각자 하나씩 들고 계속 진행할지 빠질지 카드 뽑기 전마다 결정을 하는데, 상자에는 분실했는지 들어있지 않아서 모두 백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했다. 보석그림과 숫자가 있는 카드가 나오면 그 숫자의 보석을 꺼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고, 나머지는 카드 위에 올려 놓는다. 보석이 상자 안에 든 그림의 카드가 나오면 그건 분배하지 않고 한명이 남을 때만 가질 수 있다. 함정카드가 연속으로 두 번 나오면 모두 사망. 사망하면 그때까지 모은 보석도 날아간다. 죽기 전에 찬반투표에서 '반'을 낸 사람만 캠프로 돌아가 보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다음 카드 뽑기 전에 충분히 보석 많이 먹었다 싶으면 찬반투표에서 반대를 내어 빠지는 게 안전할 수 있다. 빠지는 사람이 한명이면 카드 위에 나머지로 남아있던 보석까지 모두 수거해서 돌아간다. 만약 빠지는 사람이 두명이면 나머지 보석 중 카드 위에 2의 배수로 남은 보석만 분배해 가지고 돌아간다. 3명이면 3배수만. 나는 이길 생각보다는 나랑 상극이자 가장 머리가 잘돌아가고 승부수가 뛰어난 A군을 저지하는 데 주력해서 ㅋㅋㅋㅋㅋ 이쯤되면 반드시 A군이 돌아가면서 보석상자와 남은 보석을 싹쓸이할 것이라 예측되는 경우에만 찬반에서 반을 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는 나만 '반'을 내는 상황이 오면서 내가 모든 남은 보석을 먹고 귀환하는 바람에 승리해버림 ㅋㅋㅋㅋ
이게 마지막 라운드에 승리한 흔적 ^^ 흰 다이아는 붉은 다이아x5의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33점.

오늘 했던 것 중에서 제일 재밌었던 The mind. 독일에 있는 친구가 B님께 선물해 주었고 그걸 가져왔다 한다. 아무도 독일어를 읽을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하는 방법을 알았다. 1레벨부터 클리어해나가는 게 목표이고, 1레벨은 플레이어 모두가 1부터 100까지가 든 카드더미 중에서 랜덤하게 카드를 한 장씩 가진다. 협력게임인데, 서로 말은 일체 하지 않은 채로, 가장 낮은 숫자부터 높은 숫자까지 네 장을 차례로 내면 클리어. 아직 더 낮은 숫자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더 높은 숫자카드가 놓여버리면 그 판은 실패. 생명력을 하나 까고 다시 한 장씩 나눠가지고 1레벨 클리어에 도전한다. 토끼카드가 그 생명으로,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까인다. 표창카드는 자기 숫자카드가 아무래도 제거하는 게 나을 것 같을 때 저 표창카드와 함께 공개하고 버릴 수 있다. 다만 표창카드를 사용하고 싶으면 자기가 사용하겠다고 하고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인의 경우엔 1에서 12레벨까지 하고, 4인은 1레벨에서 8레벨까지 한다.

우리는 처음엔 ㅋㅋㅋㅋ 저레벨은 너무 쉬울 테니까 그냥 6레벨부터 할까 했는데, 1레벨이 가장 어려웠다! 1레벨이!!!! 네 명이 1에서 100까지의 카드 중 하나씩 가졌을 때, 내가 76을 받으면 이게 낮은 수일까 높은 수일까? 나 말고 세 명이 나보다 낮은 수를 가졌을까 높은 수를 가졌을까? 전혀 짐작이 안 된다. 내가 높은 숫자일 것 같아서 기다리고 기다리며 남들이 먼저 놓기를 기다리면, 갑자기 80이 놓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실패해서 모두의 카드를 까보면 76 80 91 99로, 내가 제일 낮은 수를 들고 있는 것이다. 재시도에서도, 내가 35를 가지고 있으면 이게 낮을지 높을지 -_- 진짜 도통 짐작할 수가 없다. 다른 세 명이 3 20 29를 가지고 있으면 어쩔 것인가? 다른 세 명이 50 69 72를 가지고 있으면 어쩔 것인가? 20과 45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어쩔 것인가? 협력게임인데도 엄청난 눈치싸움과 그 엉뚱한 결과에 미친듯이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하는 동안 말을 못 하게 돼 있는데 라운드 끝날 때마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거 하다가 목 다 쉬고 제일 시끄러웠다.

1레벨을 도저히 너무 못 깨서, 이게 easy난이도 일텐데 우리는 바보다... 이러다가, 또 계속 계속 실패하고는 이건 easy난이도가 아니다!!! 몽키 난이도다!!! 2레벨부터 인간이다... 우리는 인간도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도 계속 실패해서... 1레벨은 지렁이, 2레벨이 몽키, 3레벨이 인간... 우리는 척추 동물조차 아니다...

그러고도 더 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레벨은 아메마.... 2레벨은 지렁이... 우리는 진화를 우습게 보았습니다. 감히 지렁이를 우습게 보았습니다... 우리는 아메바만도 못합니닼ㅋㅋㅋㅋㅋ

어휴. 그러다가 한 명 더 합류해 5명이서 했을 때 겨우겨우 1레벨 통과하고, 2레벨은 2장씩 가지고서 게임, 3레벨은 3장씩 가지고서 게임. 하면서 깨달았는데 이건 오히려 카드 장 수가 많을수록 더 쉬웠다! 그도 그럴 게 제일 멀리 간 게 5레벨까지 간 거였는데, 그렇게 되면 1부터 100까지 중에서 5장씩 5명이 가지니까 25장이나 들고 있고, 각자 자기 5장 중에서 대충 언제 낼지 선후를 계산하고, 남들도 100장중 25장이니까 10번대, 20번대, 30번대 등등 그 사이에 아예 없진 않으리란 예상이 가능해서 적당히 기다리고 내고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구나 1레벨이 제일 어려웠어. 4, 5레벨은 도리어 간단했다.

저게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하던데 시작할 땐 너무 어려워서 뭐 이딴 게 올해의 게임이냐고 전부 불을 뿜었으나 다 하고 나서는 모두가 올해의 게임일 만 하다고 재밌다고 인정했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나도 하나 사둘까 생각중이다.

요거는 Escape Room 방탈출 게임. 5인 기준 제한시간 90분이었고 종이와 펜을 사용하라던데 우리는 종이/펜 안 쓰고 40분만에 클리어했다. 다들 인랑러인데 그 정도야... 암호 풀고 앞뒤 기억했다 추리하는 거에 익숙하고 익숙한 사람들인데. 사진으로 남긴 딱 저 퍼즐이 가장 어려웠고 헤맸던 퍼즐이다. 나머지는 거의 일사천리로 해결. 재미있었다. 지난 번에 모였을 때 했던 방탈출보다 이게 더 퀄리티가 높았다.

사진을 찍지 않은 것 중에 '미니빌'이라는 보드게임이 있었는데 이것도 재밌다. 밀밭과 빵집 카드를 하나씩 받고, 네 개의 건축카드를 하나씩 받고 시작한다. 건축카드를 모두 건축해내면 승리.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대로, 자기가 가진 숫자 카드의 지시만큼 코인을 받는데, 그 코인으로 다른 숫자카드를 더 살 수 있다. 숫자카드로 나름 빌드업을 해서 코인을 최대한 많이 벌고, 그 코인으로 건축을 다 하면 되는 것. 밀밭은 누군가가 주사위 1이 나오면 밀밭 한장당 코인 1을 받는 거라서, A군은 밀밭테크를 탄다고 밀밭카드만 다 싹쓸이해가고는 누구든 주사위 1만 나와봐라 벼르고 있었는데 웃기게도 1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망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세 명은 모두 목장테크(누구든 2가 나오면 목장 한장당 코인1받기)를 탔는데 오늘따라 내내 주사위가 2만 토해내서 A군 빼고 계속 코인부자인 상태. 다들 코인 뺏고 뺏기는 재미에 빠져가지고 건축 자체는 약간 뒷전이 됐던 것 같다. 이것도 간단하고 재미있고 좋다. 다음에 가면 또 해봐야지.

마지막은 치킨과 맥주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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