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Real Situation

평생 하던 상상 중 하나가 세상에 내가 한명 더 있어서 내가 나랑 대화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거였다. 나는 나를 상당히 좋아하니까 내가 한 명 더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았거든. R님이 딱 그런 사람이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긴 하지만 완전히 나야. 하나님이 R님을 창조한 후 같은 베이스로 여자도 하나 만들어 보자 하고 몇년 뒤에 나를 만들었다는 신화가 있다면 납득할 것 같다.

서로 비슷하다는 건 주관적 느낌을 넘어서 긴 문항의 성격테스트를 한 결과가 똑같고, 근 이십년의 세월에 걸쳐 몇 차례 각자 다른 시기에 치른 MBTI 결과가 대략의 수치까지 유사한 정도로 같다. 둘다 다수에게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가 섞인 정도도 비슷하다. 게임에서든 뉴스를 보든 어떤 상황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판단과 온도차도 비슷하다. 관대하고 까탈스러운 분류와 정도까지도. 이쯤되면 '뇌' 도플갱어 혹은 '뇌' 복제인간 … 은 아닐까 싶은데. 그러면 R님이 원본이고 나중에 태어난 내가 복제판이겠다. 아니면 원본은 닥터X의 실험실에 놓여 있고 R님은 18호 나는 21호 라거나….

게임 하거나 일상 대화 할 땐 척척 통하니까 편하긴 편하다. 자꾸 지거나 안 좋은 상황이 벌어져도 그런 상황에서 서로 대처하는 방식까지 유사하니 효율도 좋다.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를 배려하고 물을 필요조차 없고 괜히 걱정할 필요도 없고... 편하긴 참 편해.

정치 얘기를 하면, 큰 틀의 성향은 같아도 구체적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해 서로 알고 있는 베이스가 다르니 대화가 갈등으로 흐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 R님이 보이는 화법이나 태도가 너무.... 나같아서.... 소오름... 말발도 비슷함...;; 설득력있는 화법도 비슷하고,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도 비슷해서... 아 내가 남에게는 저렇게 보이는구나....;;; 를 진정한 청자의 입장에서 깨닫게 되는 귀한 경험도 한다. 내가 평생에 걸쳐 들었던, '잘 이해해주고 친절하지만 고집세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게 뭔지도 알 것 같다. 내가 가진 특성을 모조리 다 보이고 있는 상대를 보고 있으면 가끔 심정이 미묘하다.

R님은 '난 나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라고 함 ㅋㅋ 나도 그렇다. 남자 히요가 존재한다는 느낌임. 여자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여자였으면 뭔가 존재를 걸고 경쟁의식을 느꼈을지도 몰라.

덧글

  • 잔망스러운 아이스크림 2018/09/11 13:51 # 답글

    히요님2라니 신기해요~ㅋㅋ 전 저와 똑같은 사고방식과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면으로는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동족혐오 느낌?ㅋㅋㅋ) 진짜진짜 친해지긴 힘들것같기도 한데 혹시 그런건 전혀 없으신가용??
  • 히요 2018/09/11 14:36 #

    아마 제가 자기애가 쩔어서 그런가봅니다. 저는 저랑 너무 비슷한 반응패턴을 보이는 걸 보니까 이해가 잘되어서 되게 편해요. 사람이 서로 다를 수록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서로 설명해서 이해시키거나 오해를 하기도 하고 차이를 존중을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이미 같으니 걍 완전 편하달까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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