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헌 게임

공부를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알긴 알고 그렇게 하자니 하기 싫고 스트레스 받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그럴 수는 없는 학생.... 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 것 같다. 뜬금없이 몬헌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는 게임도 즐겁게 한다 주의여서 너무 어려우면 그냥 안 해버리거나 낮은 레벨, 낮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해서 내가 딱 적절하게 보람과 성취를 즐길만한 난이도에 그냥 머무르는 성향이다. 그리고 몬헌은 그게 아니지. 안쟈나프 깰 차례에서 인생 실제 고민보다도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들더니, 그거 해결하고 나서도 계속 그런 느낌의 반복이다. 상위 몹들을 깨려면 각종 아이템과 방어구와 무기를 잘 알고 적재적소에 잘 쓸 수록 전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무기를 갖추려면 내가 겨우 잡을 수는 있는 상위몹들을 재료 나올 때까지 잡아야 하는데, 대충 예상하면 현 단계에서만도 모두 상위로 토비카가치를 네 번쯤, 안쟈나프를 세 번쯤, 쥬라토도스를 세 번쯤, 쿠루루야크를 세 번쯤, 파오우르무를 두 번쯤 잡아야 한다. 그것도 한 번 잡을 때 재료가 1개 이상 나온다는 전제 하에. 이러고 방어구를 맞추려면 방어구가 뭐가 있어야하는지도 일단 알아봐야 하고, 알아봐봤자 오도가론을 4번 잡아야 한다거나 그에 준하는 다른 대형 몬스터를 수차례 잡아야 나오는 거겠지 뭐 -_- 섬광탄을 던지면 전투가 쉬워진다는 걸 알고 던져서 맞힐 줄도 물론 알지만 전투 중에 능숙하게 타이밍 잘 봐서 던지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활을 어떤 식으로 쏴야 딜이 잘 들어가는지 알지만 매번 그렇게 쏘려면 그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몬스터마다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패턴을 알지만 그걸 피하려면 딜들어가는 콤보로 활을 쏘지 못하고 딜콤보로 쏘다보면 알고도 못 피하고 처맞고 나뒹군다. 피하는 데 주력하면 잡는 데까지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리고, 딜에 주력하면 계속 맞고 뒹군다. 내가 넣는 딜은 미미해보이고 몹 체력이 얼마나 까이는지는 확인도 안 되고,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도 안 되고.... 아 ㅅㅂ... 내가 뭘 위해 여기서 이렇게 처맞고 뒹굴고를 반복하고 있는가.... 라는 자괴감이 들면서... 잡고보니 이게 빨리 잡는 거였거나 시간이 의외로 별로 들지 않았더라도, 잡는 도중에 신나지 않고 짜증이 난다는 게 문제다. 아니 게임을 하면 즐거워서 긴 시간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어야지, 한 삼십분은 질질 끈 거 같이 힘들었는데 잡고보니 12분이면 이건 내가 논 건지 노동을 한 건지 모르겠잖아. 물론 잘 하면 되지! 딜 콤보 연습 많이 하고 패턴은 이미 알고 있고 하다 보면 익숙해 질거고, 무기 업그레이드와 방어구 업그레이드를 하고, 무슨 여러 아이템에 대해서 잘 알아보고 쓰면 잘 되지, 그걸 누가 모르겠어. 공부 잘하는 법은 의외로 쉽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닌 것처럼. 그런데 나빼고 다들 너무 잘만 해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의욕도 안남 -_- 아즈는 그야말로 재능이 있어서 무기와 방어구를 그다지 잘 갖추지 않고도 실력으로 몬스터들을 척척 쓰러뜨리는데다 잘 안 잡히는몬스터가 나오면 걔 약점과 필요한 무기 및 아이템을 빠르게 파악해서 금방 다시 잡아버린다. 약한 방어구로 어떻게 잡아? / 안 맞으면 되지. / ....어떻게 안 맞는지는 나도 알아. 몬스터마다 패턴이 있으니까. 화딱지나네. 교과서로 예복습하면 다 풀수 있다는 소리가 이렇게 들릴까? 아즈는 원래 재능충에 무슨 게임이든 빠르게 고인물 클라스로 넘어가는 타입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같이 옵치 디아 하던 친구들은 어떻게 되어가는고 하니 나를 제외하고는 이미 모두 네르기간테를 다 잡고 고룡 잡는 중이다. 내가 이름도 성능도 사용법도 모르는 방어구와 아이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나는 말도 안 통하고 이해도 못하는 상태. 나는 스토리상으로야 네르기간테 잡을 차례지만 격투장 상위 안쟈나프 자유퀘조차 혼자 깰 자신이 없는데 남의 도움 받아서 네르기간테를 잡아 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하는 게임이 아니라 남이 거저 먹여주는 거지. 다들 나랑 같이 게임 하고 싶어하고 기꺼이 도와주고 싶어하는데, 같이 해봐야 내가 도움은 안 되고 수레나 탈까봐 신경쓰여서 같이 하는 게 마냥 즐겁지도 않음. 이쯤 되면 몬헌을 때려치는 게 정신적 평화를 얻는 길이 아닌가 싶고... 그렇지만 이걸 또 혼자 천천히 하면 재미있는 게임이기는 하다. 세 보이는 몬스터를 하나씩 천천히 사냥에 성공해나가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서 뭐 하고 있든 신경 끄고, 게임 얘기에 낄 생각을 말고, 내가 알아보고 익히면 좋을 막대한 정보와 훈련에 대해서도 그냥 저절로 알게 될 때까지 대충 던져버리고, 효율을 버리고 스토리 진행을 버리고, 마치 마비노기하듯이 맵들을 탐색하면서 몬스터들을 하나씩 내가 처리할 수 있게 되면 그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건 완벽히 혼자하는 게임이 된다. 마인크래프트도 혼자 잘 하고 놀았으니 혼자 하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금방 잘할까, 나만 재능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좀 기분 나쁘지. 살면서 나와 남을 비교해 본 적 별로 없는데, 같이 놀던 사람들 사이에서 낙오되는 느낌을 받으니까 기분이 영 별로다. 이래서 게임 친구도 서로 실력이 비슷해야 같이 놀 수 있다. 나도 오버워치에서는 나보다 상위 티어랑 놀면 내가 구멍이 되어서 부담스럽고 나보다 하위 티어랑 놀면 내가 답답터져서 싫거든. 오버워치 실력은 다 고만고만하고 내가 잘할 때도 많아서 괜찮은데 몬헌하러 가자~ 해서 넘어가면 .... 그냥 다들 안 할 때 혼자 솔플하고 싶고 그렇다. 지금 어디까지 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도 좀 그래.....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 답답한데 전교 n등이 와서 시험공부 다 했냐고 물으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기도.

덧글

  • 잔망스러운 아이스크림 2018/09/06 16:51 # 답글

    요즘 정말로 하기싫은 걸 억지로 하는 중이라서 다른 것보다 '공부를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알긴 알고 그렇게 하자니 하기 싫고 스트레스 받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그럴 수는 없는 학생....'이란 표현에 공감이 가네요ㅋㅋㅋ
  • 히요 2018/09/06 19:33 #

    공부와 함께 또 저런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분야로 다이어트가 있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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