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회화 책 관련

오랜만에 『양육가설』 요약정리기록.

어떤 부족에게서 특정한 성격적 특징(예를 들어 공격성이 많은 부족)이 드러날 때, 이게 유전의 결과일지, 부모의 영향일지, 또래집단의 영향일지, 소속 사회의 어른들을 모방한 결과일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부모도 또래집단도 소속 사회의 어른도 다 같은 문화권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고, 작은 부족이라면 유전적으로 가까우니까 유전적 특징을 공유할 수도 있는 것이니 뭐가 어느만큼 영향을 주는지 알기 어렵다. 저자는 이 요인들이 서로 대립되는 경우를 찾아서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일단 부모에게서 받는 영향 vs 집 밖에서 받는 영향. 이건 이민가정의 경우를 보면 명백하다. 부모가 어느 문화권에서 왔든 간에 자녀세대는 현재 소속된 사회의 영향을 받아 그 사회의 인간이 된다.

288쪽.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로마에 가면 한걸음 더 나아가 로마인이 된다. 부모가 영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메스콰키 인디언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집 밖의 문화와 집 안의 문화가 서로 다를 때는 집 밖의 문화가 승리한다. ]

그럼 집 밖에서 받는 영향 중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받는 영향 vs 다른 어른들에게 받는 영향, 둘 중에서는 무엇이 강력할까? 저자는 청각장애인 문화를 예시로 든다. 청각장애인 부부에게서도 건청인 자녀가 태어나기도 하고, 건청인 부부에게서 청각장애인 자녀가 태어나기도 한다. 이들의 문화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못하게 하며 입술읽기 등의 기술을 통해 영어를 학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수화를 쓰면 처벌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청각장애 아이들은 모두 수화를 배웠다.

290쪽. [ 교사들이 수화를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수화를 배울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족 전체가 청각장애인인 집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수화를 가르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그 언어를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며 그 지위는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들은 청각장애인 집단에서 가장 우월한 소통 능력을 지닌 인물인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비율은 교실에서 1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들이 가져온 언어는 선생님이 가르치려고 애쓰는 바깥 세계의 언어보다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

수화를 아는 아이가 한 명도 없더라도, 그 학교에서 수화나 몸짓이 금지돼 있어도, 그래도 아이들은 수화를 배웠다고 한다. 청각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이 중 일부가 수위, 요리사, 세탁담당 등으로 학교에서 다시 일을 하고, 학생들이 그들로부터 배운 것. 저런 사람까지도 없고, 아무데서도 수화를 전혀 못 배워서 공통 언어가 전혀 없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례도 있었다. 특수교육학교가 처음 생기면서 이곳에 모인 청각장애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수화 피진어에 해당하는 중간언어를 발전시키고, 이후 미국 수화와 독립된 온전한 언어로서의 수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또래의 영향 > 어른의 영향.

하와이의 피진과 크레올의 탄생도 이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시다. 그러고보니 이건 매우 유명한데 왜 진작 몰랐지? ... 하와이 이주 1세대는 서로 소통할 언어가 없자 불완전한 피진어를 만들어 소통하고 따로 각자의 모국어를 썼다. 그리고 2세대는 피진어에서 비롯되었으나 2세대들이 창조한 완전한 언어가 되었으며 그것이 모국어가 되었다.

294쪽. [ 비커턴은 말한다. “부모들이 조상의 언어를 지켜내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였다.” ]

정리하자면, 집 안의 문화, 부모의 영향력보다는 집 밖의 문화,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주는 영향력이 더 크다. 집 밖에서도, 어른들이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문화보다는 또래들이 공유하는 문화의 영향력이 더 크다. 심지어 또래들이 공유할 문화 자체가 없어도 그것을 창조하여 그들끼리 공유하고 학습하며 그들끼리 사회화한다.

294쪽. [ 즉 아이들의 행동 양식이 형성되고, 타고난 특성이 수정되고, 결국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지가 결정되는 곳은 바로 또래 아이들과 공유하는 세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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