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통합 Real Situation

우리 학원과 꽤 적대적인 관계인 오랜 라이벌 관계이던 학원(b)이 있다. 거기서 우여곡절 끝에 그 학원과 완전 척을 지는 다른 라이벌 학원(c)이 하나 생겨났고, c는 공통의 적이었다. 환경의 여러 변화로 인해 셋 다 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러저러한 극적인 과정을 통해 b가 우리 학원으로 흡수되고 c와는 매우 안 좋은 경쟁관계가 되어서 누가 누구를 망하게 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인 상황이 됐다. 이런 걸 내가 쓰고 있다는 건 우리 학원이 안정적이기 때문이지만.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과 시험을 준비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일체의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교무실에서 학부모나 다른 학원이나 학생들의 이러저러한 사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일이 많지만, 나는 거의 듣지 않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한다. 안 듣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업에 불필요한 정치적 백그라운드나 가십이라서, 전부 tmi거든. 다행히도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잘 하다보면 그만한 보상과 평가가 돌아오는 상황이니까 그런 것까지 알아두며 전략적 처세를 할 필요도 없다.

b학원의 부모들은 갑작스런 흡수통합 소식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것 같다. 그게 당연하다. b학원과 상담하고 그 학원이 약속한 바를 믿고 보냈는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a학원으로 통합됐습니다’ 하는데 그걸 그러려니 할 수는 없지. 많은 항의가 있었다 하는데, 다행인 것은 우리 학원으로 며칠 다녀 본 새로운 학생들이 집에 가서 새 학원이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도 괜찮고 분위기도 좋고 기존 학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 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의 불만이 잠잠해졌다. 세상엔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많고 많지만, 여기선 학생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성실히 열심히 잘 가르치고, 너무 구두쇠마냥 돈 아끼지 않고 적절한 시설투자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적당한 평가가 돌아오는 모양이다. 실은 이 세 학원의 흥망사 ㅋㅋㅋㅋㅋ 에 대해서 사관의 심정으로 구구절절 자세히 기록을 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이걸 적어서 어디다 쓸 것인가. 재미있는 게 이 흥망사가 커다란 왕조사나 전쟁사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능과 흔한 전략의 비슷한 복사판이라는 것이다. 이 작은 사건에서도 그 큰 사건에서 드러나는 인간 집단의 흥망사가 그대로 재현된다.

나는 기질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해두고 싶어하는 타입인데, 학원에서 학생, 선생님, 다른 학원, 다른 학원의 선생님, 다른 학원의 학생 등 여러 주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모략과 공격과 방어와 언론 플레이와 각종 합종연횡들을 지켜보면서 진짜 이걸 다 기록하고 싶어서 대흥분!! 한 적이 많다. 역사를 읽으며 혹은 실제 중앙정치나 세계정치를 보면서 목격하는 수많은 드라마가 이런 생활사에서도 그대로 그려진다는 게 흥미진진해서. 하지만 어떻게 써도 너무 개인과 집단이 특정되는지라 차마 쓰지 못하고 흘려보냈지. 그러다 문득 최근 ‘역사의 역사’를 읽다가 깨달았는데, 사마천은 사기를 써서 산에 숨겨놓고 먼 후세에 전달하려고 했잖아? 굳이 당대인들이 읽어주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 나도 당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더라도 먼 후세인들이 이 시대의 미시생활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를 남긴다 치고 비공개로 기록을 해둘까.

목적이야 어떻든 기록을 하고 싶은 자는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를 소망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현상이 그냥 기록 없이 지나가버려 나중엔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되는 일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요즘 겪는 일들은 하나같이 기록을 한들 어디 공개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다.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기록하자- 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덧글

  • 잔망스러운 아이스크림 2018/08/31 16:52 # 답글

    아니, 너무 궁금해요!!ㅋㅋㅋ진짜 읽고싶은데 비공개 기록이라니 아쉽네요ㅠㅠ
  • 히요 2018/08/31 20:36 #

    ㅎㅎㅎㅎㅎㅎㅎ 흥망성쇠가 아침드라마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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