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힘들다고 하면 How to Live

와 힘들었구나, 힘들었겠다, 지금은 괜찮아? 앞으로는 좀 괜찮아 질 것 같아? ....라고 말해주면 베스트일 것 같은데, 이런 태도에도 여유가 필요한 모양이다. 모두 자기도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남이 토로하는 힘듦을 듣고서 '그 정도가지고' 라고 반응한다. 심지어 자기가 힘든 사람이 아니어도 남의 힘듦을 듣고서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그 정도가지고' 라고 반응. 단적으로 공무원들이 과로에 엄청 고생하고 우울증으로 고생도 많이 하고, 자살자도 나올 정도인데, 힘들다고 하면 '그래도 공무원' 이라서 '배부른' 투정을 한다는 반응이 다반사다. 웹상의 흔한 반응이 아니라 실제 현실 지인끼리도 그렇더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생하고 힘든지 다 알고 다 듣고도 '그래도 공무원~' 이라고 반응하고 공무원인 지인은 대화를 포기했다. 불행자랑은 예전부터 취향이 아니었고, 남들끼리 불행자랑 하는 거에도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니가 더 힘들었네, 아니다 니가 더 힘들었네, 이렇게 판정 내려줄 일도 아니잖아. 제각각 힘든 거지. 듣다보면 나만 안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힘든 일 있긴 있는데? 있어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고, 내가 봐도 '남들의 힘듦' 보다는 내 힘듦이 훨씬 별 것 아닌 것 같다. 말해봤자 '와 그거 힘들겠다' 라고 말해줄 사람은 아마 아주 가까운 몇 명 말고는 없을거야. 그 정도면 복받았지 그게 뭐가 힘드냐, 가 예상되는 표준 반응이다. 여태까지도 그래와꼬 아페로도 계속...

csi에서 수사관들에게 용의자 가족이, 우리가 한심해 보이죠? 라고 묻자 수사관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We don't judge you. 난 이게 그렇게 좋더라. 누가 무슨 얘기를 해도, 듣는 사람이 그걸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필요는 없잖아.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게 '사실'을 추적하기에도 제일 좋다. csi 수사관들이 착해서 그러는 게 아니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려면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서 그러는 것처럼. 힘듦을 토로하는 걸 제각각의 입장에서 듣고 있으면 여러가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예를 들어 어느 분야 공무원이 어떤 식으로 일에 치이고 있는가 같은 것) 그걸 그 정도는 힘든게 맞네 아니네 따지고 있으면 더이상의 정보는 안 나오잖아? 정보수집(?)을 위해서도 그냥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는 게 제일 좋고, 말하는 사람의 정서에도 좋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에도 좋고, 다 좋은데. 역시 유일한 문제는 남의 힘듦을 듣고 정서적으로 기빨리지 않을 여유가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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