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가능성

경향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가 도진기 변호사의 '판결의 재구성' 이다. 방금 6월 4일자 치과 의사 모녀 사건 '핑퐁 재판' 을 읽었는데, 난 이런 관점이 좋다. 안심하고 모두가 무죄를 혹은 유죄를 선고할만한 사건들은 생각을 요하지 않고 신중할 필요도 없다. 너무나도 유죄같지만 유죄라고 확정하기 어렵고 무죄의 가능성이 끈질기게 존재할 때, 그럴 때 사람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낼 방법을 찾으려 하게 된다. 특히 자신이 배심원이라고 깊이 감정이입을 하고 사건을 살피면, 잘못된 판단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줄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냥 쉽게, 대충, 딱 보니 진범맞네, 저런 놈은 사형시켜야지, 가 아니라.


[ 역시 파기환송심에서 있었던 화재 실험이 컸다. 이것이 대법관들을 움직였으리라. 그 마음의 얼개를 들여다보면 '무죄의 확신'보단 '찜찜함'이다. 사형, 즉 인간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하급심이 말 안 듣고 치받아 못마땅하지만, 화재 실험이라는 엄연한 결과가 유죄로 가려는 발걸음 뒤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었으리라.

또, 이런 면도 있었을 것아다. 1심 3인은 유죄 판단이었다. 2심 재판에서는 무죄가 났으니 3인 중 최소 2인이 무죄 판단이었다. 파기환송 2심에서도 3인 중 최소 2인이 무죄 판단이었다.

만약 1심이 2대 1 합의였고, 2심 모두 3대 0 합의였다면 무죄 판단을 한 판사는 7인이 된다. 대법원 자신을 제외하고 보면, 하급심의 9인의 판사 중 최소 4명에서 최대 7인의 판사가 무죄일지도 모르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했다. 대법관들이 생각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그 판단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자신들이 합리적 의심이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사건을 심리한 다른 판사 중 9분의 4 이상이 유죄의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말이다.

무죄로 하는 건 비교적 마음이 편하다. 억울한 사람을 처벌하는 위험은 어쨌든 없으니까. 하지만 무죄의 가능성을 끈질기기 제기 당하면서 유죄로 선언하는 일은 상당히 불편하다. 무고한 사람을 집어넣는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법률가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일이다. ] 6월 4일자 판결의 재구성 중.

다음 주엔 외부인의 침입 가능성이라는 틈새에 집착하는 판사들의 트라우마를 다룬다는데 완전 기대된다. 예상하기로는, 실제로 그런 기상천외한 가능성이 사건의 진상이었던 적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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