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독려 How to Live

1. 사전투표 했다. 워낙 집이랑 가까워서,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가는 김에 갔다 오면 될 정도.

2. 투표를 해야한다. 그 당위는 얼마든지 길게 설명할 수 있다. 서로서로 권하는 것도 좋다. 투표를 의무라고 생각하고 그걸 지키려고 하는 태도가 바람직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누군가 투표를 안한다고 비난하고 욕하고 무시한다면 그때부터는 위험하다. 의무고 당위이고 좋은 것을 타인에게 설득하고 권하는 것과, 그걸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투표하지 않은 이가 멀어서든 바빠서든 실수든 고의적 기권이든 아니면 놀러가느라 그랬든 간에, 그걸 비난하고 욕하는 순간부터 더이상 그것은 투표 '독려' 가 아니게 된다.

일전에 이런 얘길 했더니 누가 투표는 '강요' 해도 된다고 하더라. 그게 진심이면 투표의무법 입법해 달라고 하면 되겠다… 안하면 색출, 처벌하는 형법으로.

3. 경선으로 뽑힌 후보니까 맘에 안들어도 불복하면 안된다, 라는 논리는 예전부터 의심스러웠다. 이거야말로 아전인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적 투표로 뽑힌 이명박에게 당선을 축하했던가? 부시에게는?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 역시 아무리 정당한 투표로 뽑힌 정치인이라 한들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거기 승복해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당선된 것에 반발하는 보수파에게는 선거로 당선된 정당한 대통령이니 승복하고 우리나라가 더 잘 되는 쪽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걸 보고 내로남불이라고 느끼지 않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내 편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면 상대편이 승복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상대편 후보가 이기면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진보측 사람들 중 이명박 박근혜 부시 등 적대 당선자들을 두고 그래도 당선됐으니 승복하고 협력해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 대선도 그런 마당에 경선에서 뽑힌 후보라는 이유로 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두 승복하고 입닫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당을 위해서 단결' 하자는 게 '국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단결' 보다 더 큰 대의라면 그것도 웃긴 일이고.

4. 사실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그 자신이 자유주의자 아웃사이더로 살지 않았다면, 독재를 좋아한다. 다만 자기 뜻대로의 독재를 좋아할 뿐이다. 자기 뜻이 관철되어가면 그게 옳고 바르고 민주주의고 반대자들이 다 분열시키는 놈이고 진보를 방해하는 이가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과 절차가 동일하더라도 자기 뜻과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면, 거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자기가 존중받아야 할 소수자고 이걸 무시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고 이걸 입닫으라 라면 독재이며 반대의견이 살아있는 게 진보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관용과 존중은 자기가 소수파일 때 다수파보고 요구할 때에만 쓰고, 자기가 다수파일 땐 소수파를 윽박지르거나 단결을 위해 입닫으라고 한다. 이런 태도의 어디가 바람직할 수 있을까? 우리편이 이기면 다인가? 그런 거면 상대편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다고 그걸 비난하면 안되지.

5. 자유주의자이자 아웃사이더로 살면 전체가 원하는 단결된 이상에 찬성하지 않는 게 나 혼자인 상황을 겪게 된다. 한때는 내가 다수파의 일원으로 그런 소수파에게 다수파의 당위를 설득하려 한 적이 있다. 상대는 절박했고 나는 전혀 절박하지 않았다. 왜냐면 다수파는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무시해도, 소수파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다. 그게 입장 바꿔서 바라볼 땐 얼마나 … 끔찍한 태도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언제? 이문옥 서울시장후보를 지지할 때.

6. 현실 정치는 깨끗한 이상으로만 할 수는 없고,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것이라, 표창원이 1번 투표 독려를 호소하고 있다는 건 입장상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동의하는 이들도 나름의 당위와 고민이 있다. 그래서 표가 욕먹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 하긴 나는 누가 다수 집단에게 욕을 퍼먹으면 늘 과하다고 생각하지…

현실 정치에 발을 디디면 당사자든 지지자든 비루한 꼴을 보고도 참아 넘겨야 할 때가 온다. 그걸 하고 이루어낸 사람들도 대단한 이들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그걸 참아내지 못하니까 다른 길을 가지만.

7. 사실 내가 경기도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좀 하고 있다. 부산시민으로서 투표할 때 진심으로 갈등하고 고민할 건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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