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호잉이 Lamp

45개월.

내가 호잉이에 대해서 기록하는 걸 좋은부모다이어리에 적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건 큰 오류였다. 내가 벼라별 기록을 다 하고 싶어하는데 한페이지 한 주, 옆에 메모할 수 있는 여백 한 페이지로 구성된 다이어리로는 지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 자세히 남기기 위해 여기에도 기록.

1. 오늘 울엄마가 호잉이에게 호박죽을 해 주었다는데, 호잉이는 호박죽이 입에 잘 맞고 맛있었던 모양이다. 호잉이는 맛있는 걸 먹으면 굉장히 기뻐하는데 (이런 점은 아즈를 보는 것 같다. 나는 맛난 걸 먹는다고 그렇게 크게 기뻐하진 않는다) 그런 맛있는 걸 해준 울엄마에게 기쁨에 차 “맛있게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을수록 저렇게 길고 우렁차게 인사한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호잉이가 열이 살짝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어디가 아파요?’라고 묻자 호잉이는 걸어와서 다리가 아팠는지 ‘다리가 아파!’ 라고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내가 레고 블럭을 오버워치 훈련장의 훈련용 봇처럼 만들어 놓고, 호잉이가 파라나 라인하르트의 대사를 외거나 기술 소리를 내면 딱 게임에서 하듯이 ‘아야 아야 아야’ 소리를 내곤 펑 하고 부서져 흩어지는 연출을 해 주었다. 호잉이는 한눈에 알아보고 너무 신이나서 계속 다시 해보고 싶어했고, 자기가 다시 조립하고, 쏘고, 아야 아야 소리내고, 부서져 흩어지는 과정을 전부 해보면서 재미있어했다. 우리 부모님은 이게 뭐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가지만 애가 너무 즐거워하니까 그저 귀엽게 보셨다. 후후 이래서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좋은거지. 애랑 나의 같은 취미란 게 오버워치라는 건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4. 5일동안이나 못 했으니 오늘 우리집에 데려와 재우는 김에 오버워치를 하도록 시간을 널럴히 주었다. 훈련장에서 여전히 메르시를 선택해 놀고 있던데, 나를 부르더니 총으로 공격하는 것과 부활을 보여주고는, 치유하는 노란 선과 공격력을 올리는 파란 선을 보여주며 이건 뭐냐고 물었다. 지금쯤이면 이해할 것 같아서, 적 봇에게 맞고 있는 아군 봇에게 데려가서 체력깎이는 부분을 보여주면서 ‘얘가 지금 빨간 애한테 맞아서 점점 다치고 있지? 그럴 때 메르시가 노란 선을 이렇게 주면 얘가 안 다치고 나아’ 하고 알려줬다. 단번에 이해한 호잉이는 두 아군 봇을 번갈아 치료하며 이렇게 하면 얘네가 다쳐 부서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치유를 하다가 궁이 빨리 차는 걸 깨달아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 치유를 해서 궁을 채우더니 둘 다 부서지게 내버려두곤 둘 다 부활, 다시 궁 찰 때까지 둘을 치유하다가 궁 차면 둘 다 부서지게 기다렸다가 부활시키기를 반복해봤다. ‘엄마 그럼 이 파란 건 뭐야?’ 공격력 업은 눈에 확 띄는 효과로 보여주기 어려운데. 그래도 알려주긴 해야지. 아군 봇이 적 봇을 쏘는 쪽으로 데려가서, 얘가 얘를 쏘면 얘가 부서지지-? 하고 지켜보게 한 다음에, 메르시가 파란 선을 주면 얘가 훨씬 세져서 쟤가 빨리 부서져, 라고 얘기해주며 보여주었다. 속도에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데 어쨌든 이해한 모양이었다. 이후 노는 걸 보니 쏘는 아군 봇에게는 파란 선을, 맞는 아군 봇에게는 노란 선을 이어주면 된다는 건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으니까.

5. 호잉이가 혼자만의 탐색으로 알기엔 복잡한 캐릭터로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내가 먼저 가르쳐주면 어떨까 싶었다. 묻는 것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호잉이 스스로 알기엔 좀 어려운 거.

“호잉아, 시메트라 해볼래?”
“응!”
“얘는 뭘 할 수 있냐면...”

호잉이에게 쉬프트 키를 누르게 하고 포탑설치 모양이 나타나는 걸 보여줬다. 이게 빨간색이면 안 되고, 파란색이 되면 이거(마우스 좌클릭)를 눌러서 만들 수 있어. 천천히 설명해준 뒤 적 봇 근처에 포탑 여섯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내가 입과 손가락으로 지이잉- ㅋㅋㅋ 시메트라 포탑이 적을 공격하는 사운드와 모양새를 따라해 보여주자 호잉이는 그 새로운 설치형 공격에 너무너무 재미있어했다. 물론 이건 나중에 컴퓨터 없이 내가 바닥에 동그란 장난감들 놓고 시메 포탑이라 치고 손가락으로 지이잉~ 하면서 이 흉내를 내고 놀기 위한 포석이다. 호잉이는 포탑 설치 과정을 빠르게 익히지는 못했다. 멀면 빨갛게 뜨고 가까우면 파랗게 뜬다는 걸 알긴 했지만 그 범위를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래서 적 봇 발밑에 빽빽하게 설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이 차니까 써봤는데 시메 궁은 호잉이가 보기에는 아무런 멋진 이펙트가 아니라서 궁에는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설치형 포탑이 되게 재밌는 거라 좋아할만하지. 토르비욘은 해봤냐고 물었더니 안 해봤다고 해보자고 한다. 호잉이한테는 토르비욘 포탑이 더 재밌었다. 쉬프트 키를 누르고 좌클릭 한 번이면 만들어지고, 2번 누른 다음 망치로 바뀌면 ‘포탑이 커질 때까지 때려봐’ 이거면 됐으니까. 막 두드리니 포탑이 커져서는 알아서 적 봇을 팡팡팡팡팡 쏜다. 이것도 정면에서 보면 좌우 포가 쏠 때마다 살짝씩 번갈아 리듬감있게 튕겨올라가는 연출이 있는데, 그래서 양손을 동그랗게 하고 내밀어 팡팡팡팡 위로 튕기듯 쏘는 시늉을 하고 흉내낼 수 있다. 궁 차면 포탑이 더 커지니까 ‘더 커졌어!!!!’라며 엄청 좋아하더만. 만들고, 망치로 때려서 크게 만들고, 궁 차면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3단포탑. 시메트라보다 액션감도 넘치니 확실히 이쪽을 좋아했다. 나중엔 이거 가지고 호잉이랑 스피드퀴즈같은 걸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이이이잉 – 시메트라, 툑툑툑툑 – 메르시, 팡팡팡팡 – 토르비욘, 파아아아앙! - 파라, 쾅-! 쾅-! - 라인하르트 ... 아니면 궁사운드로 맞추기라든가.

6. 울엄마가 호잉이에게 손가락하트를 가르쳐주었는데, 하트를 날린다는 뜻으로 손가락하트를 만든 뒤 입으로 후~ 하고 불어주자 호잉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한테 뭘 쐈다고 생각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악 하고 맞고 쓰러지는 시늉을 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빵터졌지. 근데 재밌는데다 호잉이가 그런 리액션을 보여주면서 또 바라니까 결국 어쩐지 우리집에서 하트 후 불어 날리면 다들 으악 하고 맞고 쓰러져야 한다. 하트 공격인가. 설렘사라고 생각하면 말이 될지도.

7. 지난 주말에 집에서 오디오로 커밍오버(엑소 일본앨범)를 틀어놓고 자주 듣는데, 커밍오버 들으면서 내가 거실에서 춤을 추고 놀 때였다. 호잉이는 따로 장난감들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나를 보고는 거실로 튀어나오더니, 아무래도 커밍오버가 진짜 신나는 노래기는 하잖음? 호잉이도 신나는지 마구 막춤을 시전하기 시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정형화되지 않은 신남의 몸사위가 이런 거구나 알 수 있는 흥이 넘치는 막춤이었다. 완전 웃겨.

8. 겨울이라 나가 놀지 못하는 호잉이는 에너지가 남아 돌면 방문을 열고 방 끝에서 부엌 끝까지 뛰어갔다 오기를 반복한다. 울 엄마 집이 방 끝-부엌까지의 직선거리가 우리집보다 길어서 뛰어다니며 놀기 좋다. 1층이라 층간소음도 걱정없다.

“할머니, 문 좀 열어줘봐. 달리기 할게. 할아버지 우리 같이 뛰자! 호잉이 힘 세가지구 진짜 빨라! 엄마 (사진) 찍어봐!”

사진을 찍으라더니 전속력으로 달려서,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스치는 듯한 흔적만 찍혀있다. 여튼 달려가서 부엌 싱크대 문을 탁 치고 다시 달려와 할아버지에게 몸을 던지듯 안기고, 또 달려가 탁 치고 달려와 몸을 던지듯 안기면서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듯한 웃음소리를 흩날린다 ㅋㅋㅋㅋ 울엄마가, 어쩜 저리 명랑할꼬, 하며 좋아하셨다. 그러다 할아버지를 세게 밀어서 같이 뒤로 넘어갔다. 뒤엔 이부자리를 펴놔서 위험하지는 않다. 호잉이가 혼자 벌떡 일어나 가자 울아빠가 일으켜 달라고 했다.

“호잉아, 할아버지 일으켜줘.”
“안해....”
“안해? 알았어.”

울아빠가 그냥 스스로 일어나자 호잉이 왈

“할아버지 잘 일어나네~~~^^ 호잉이 안 도와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화법 복사 너무 웃긴다. ‘호잉이 옷 잘입네, 엄마가 안 도와줘도’의 호잉이판 복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뽀로로 놀이 프로그램을 하나만 하고 자기로 했던 날, 하나만 더 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었다. 그러고 나서도 또 더 하고 싶어하기에 ‘호잉아 엄마는 약속을 잘 지키지. 그지?’ 라고 했더니 호잉이가 ‘알았어’ 하고는 끄고 나와 양치하고 잤다. 이게 통하는 건 얘가 살아온 평생의 시간 동안 아즈와 나와 우리 부모님이 모든 약속을 철저히 지켜주었기 때문. 못 지키는 건 사과하고 대체 약속을 정해서라도 지켜줬었다. 나에 비해 우리 부모님께는 호잉이가 어리광도 많이 부리고 억지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약속 면에서는 똑같다. 우리 부모님도 애가 뭐 하고 싶어하면 자야 하거나 당장 해야 하는 일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여유를 주는 편인데, 그러고도 더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호잉아, 약속이니까 이제 그만하자?’ 하면 ‘알았어요~’ 하고 순순히 수긍한다. 내가 부모님께 참 다행스럽게, 또 감사하게 여기는 게, 이걸 이용하면 안 된다는 내 제안을 정말 바로 이해하고 잘 실천하신다는 점이다. 애가 약속을 잘 지킨다는 점을 ‘이용’하려 들면 모든 일을 애에게 약속의 형태로 제시해 이행케 하려 들 수 있다. 약속이니까 지켜야지, 원칙의 힘을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면 나라도 당연히 조만간 ‘약속은 지키기 싫은 굴레’라고 느끼게 될 게 뻔하다. 약속이 서로 공평하게 지켜주는 것이며, 상대가 나와의 약속을 지켜줘서 내가 혜택을 보는 게 확실해야 나도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켜주고 싶어진다. 그것이 굴레가 아닌, 배려와 협력의 영역으로 남아야 더욱 더 자발적으로 약속을 ‘지키면 좋은 것’으로 느낀다. 애가 말을 안 들을 때 말 잘 듣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에도 부모님은 약속타령을 남발하지 않고 다섯 살을 상대로 여전히 설득하거나 납득하는 상호타협의 과정을 주고 받는다. 나한테도 그렇게 하며 키우셨으니까 새삼 낯선 방식인 것도 아닐 것이다.

9. 지난 주말에, 호잉이랑 내가 울아빠 집으로 가야하는 때였는데 내가 짐이 많을까 염려한 아빠가 짐을 들어주러 오신 적이 있다. 우리집에선 무조건 나랑 호잉이가 출발하는 거였는데 할아버지가 오다니! 호잉이는 나랑 있으면 내 규칙을 잘 따르지만 우리 부모님이 계시면 조부모의 너그러움에 기대어 어리광과 떼가 다소 증가한다. 나랑 있으면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신발 신고 겉옷 입었을 일을, 할아버지가 신겨줘 아니야 엄마가 신겨줘 아니야 옷부터 입을래 따위로 장난을 치다 아무거나 우겨보곤 하는 것이다. 나랑 둘이 있어야 애가 나름의 이성이 돌아온다고 아빠를 먼저 보냈다. 그러자 호잉이는 할아버지가 와야 한다는 말만 백번 할 기세로 우기기 시작. 막 울기까지 했는데 당연하지만 나는 애가 울든말든 토닥여 줄 뿐 별로 동요하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울던 건 금방 그치고, 할아버지가 와야 해, 할아버지가 와야 해요, 계속 그러는 걸 내버려두었다. 할아버지는 내려갔고, 우리가 가야 해. 알아들었기 때문에 우기고 싶은 심정이 가라앉기까지는 별로 할 게 없었다. 내가 챙겨입고 신발신고 나가버리니 호잉이는 얼른 신발 신고 옷 입고 따라나왔고, 내 손을 잡고 못 가게 하며 할아버지가 온다고 했다. 나는 추우니 볕 잘 드는 곳에 있겠다고 했고, 호잉이랑 그렇게 볕 잘 드는 곳에 나란히 서서 한참 있었다. 둘다 멀뚱 멀뚱.

“호잉아 우리 뭐해?”
“할아버지가 와야 해.”
“우리가 가야 해. 우리가 안 가면 우리가 계속 이러고 있어도 할아버지는 안 와.”
“할아버지가 와야 해요오오오...”
“엄마는 할아버지 집 가서 따뜻한 이불도 덮고 밥도 먹고 싶어.”
“...”
“호잉이 그럼 여기 있을래? 엄마는 할아버지집에 가고 싶어.”
“안 돼요!!!!”
“그럼 같이 갈래?”
“....”
“엄마는 그럼 먼저 갈래.”
“안돼요!!!”

자기는 가기 싫은데 엄마는 혼자서라도 먼저 가고 싶다고 하니까 가지 말라고 팔을 부여잡고서는, 맘대로 안 되는 게 서러운지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런 대화를 두어번 반복하다가 내려왔다. 호잉이야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따라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지. 그게 서러워서 도착하자마자 울엄마에게 안겨서 한참 징징거렸다. 울엄마는 그랬냐고 토닥이다가 불고기에 넣을 느타리버섯을 좀 떼주겠냐고 부탁했다. 호잉이는 갑자기 떨치고 일어나 느타리버섯을 열심히 떼어 놓으며 기분이 확 좋아졌다. 얘는 뭔가 자기에게 일을 맡겨주는 걸 매우 좋아하니까.

사실 이 얘기를 쓰는 건 이 다음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뜻밖이었고 맘에 들어서.

기분전환을 하고 서러움을 극복한 후에 버섯도 떼고 상 차림도 돕고 하길래 다 잊고 기분 좋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후에 호잉이가 내게 당당히, 정말 당당한 표정으로 오더니, 정색하고 단호한 말투로 나를 혼냈다.

“엄마! 아까 왜 먼저 간다고 했어? 같이 가야지! 혼자 그렇게 먼저 간다고 하면 안 되지!”
“어? (당황) 어. 어... 그래, 혼자 가면 안 되지. 맞아. 아까는 엄마가 잘못했네.”
“엄마 혼자서 가면 안 돼! 호잉이랑 같이 가야해!”
“어 그래 맞아. 같이 가야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나를 혼내고 나서야 시원해졌는지 한결 발랄한 상태가 되어 내게도 앵기고 놀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혼자 먼저 가겠다고 한 것은 잘못이다’ 라고 생각을 하고, 기분이 풀렸다고 해서 그걸 잊고 넘기지 않고, 서러움이 가신 다음에 내게 와 따졌다는 게 맘에 든다. 부모는 자식에게 부드러운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부모와 의견이 다를 때 자식 역시 꿀리지 않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편이 좋다.

날 혼내는 그 태도와 말투가, 내가 드물게나마 호잉이에게 엄하게 말하던 그 말투와 태도와 표정을 꼭 닮아 있었다. 약간 위압적인 분위기마저. 진짜 저건 내 유전이든지 내 모방이든지 하여간 나의 거울이구나 싶었다. 단호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자기 생각에 내가 잘못한 것만 콕 찝어 그러면 안 된다고 혼을 내고, 내가 납득하고 인정하자 그걸로 뒤끝없이 딱 마무리하는 것까지. 내가 지향하는 형태 그대로잖아. 언젠가 호잉이가 자라서 누군가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화가 난다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자기 기분을 좀 가라앉힌 다음에,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서, 당당하게 또 단호하게 항의하고, 상대가 받아들이면 그걸로 오케이, 끝나는 형태 말이다. 그 상대가 부모이거나 윗사람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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