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는 생각이란...

-_- 으으.

사실 포스팅 하고 싶지가 않았네요.

시위에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지 못한다.. 라는 건 부산이라는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고 갈 의지가 약해서입니다. 실은 내가 서울에 살았다고 해도 저 살수차 앞에 나갈 수 있었을지 분기탱천하여 다치더라도 전면에 나섰을지 어떨지 확신이 안 섭니다.

때가 오면 나는 유관순이나 전태일처럼 될 수 있을까 역사를 읽을 때마다 항상 두려워했는데. 이럴 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가려고도 하고 후원도 하고 뭐 할 게 없나 신경써봤지만 의지와 소심함은 언제나 반반의 힘으로 겨루고, 가지 못할 외적인 이유가 생기면 '안도' 감이 드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네요.

행동하지 않으면서 말만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싫기 때문에, 말과 여론 역시 행동하는 분들의 것이어야 하고 저는 경청하는 입장이 되어야지 감히 뭘 쓸 입장이 못된다고 느낍니다.

서울에 살아서 줄창 시위 나가면서 시위 관련글을 쓰고 싶다!! 라고 주먹이 불끈 쥐어질 때도 있도, 부산에 살아서 시위에 나가지 않는 것도 '비겁' 으로 읽히지 않아서 공포심은 들키지 않고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읽은 책얘기를 쓰기도 이상하고, 논 얘기를 쓰기도 이상하고, 그 와중에도 범프 콘서트는 다녀왔고, 범프 노래는 여전히 좋고, 녹차는 맛있고, 일상은 그대로네요. 많은 사람의 일상이 이명박과 그 정권 때문에 어이없이 달라진 걸 보면서도. 나가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보면 또 금새 물리적 폭력을 떠올리곤 우울해집니다.

누군가가 나를 있는 힘껏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서 얼어붙어버릴 것 같네요. 그 군홧발에 밟혔던 여자분처럼 밟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시위도, 혁명도, 민중의 저항이라는 것도, 책에서 읽고 자료로 본 모든 것이 지금처럼 혹은 더 심한 물리적 폭력 앞에 수많은 사람이 밟히고 피흘리는 ㅡ 표현이 아니라 지칭 그대로의 '피' 를 '흘린' ㅡ 과정 속에서 이뤄졌다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오네요.

많은 분이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서울에 있었다면, 시위 뛰쳐 나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하지만 무서워서 전면에는 나서지 못하고 덩치 큰 분 옆에 붙어 벌벌벌 떨고 있었을 것 같네요 (...)

by 히요 | 2008/07/01 22:27 | How to Liv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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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7/01 22: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 at 2008/07/02 00:46
솔직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생각은 바뀌는 것이고 행동은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거라고 느낍니다. 저 또한 그러하니까요. 서울에 살고 있어도 늘 함께 하지 못하고 있고, 히요님처럼 그다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제 모습에 가책을 느끼고 있을 때가 많으니까요. 정의구현사제단 분들의 출현으로 다행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에 다시한번 용기를 내서 함께 하려고 합니다. 그것 또한 지금 현재에 대한 반성 혹은 솔직한 마음의 토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히요님도 그렇게 히요님의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집회에 참여하시다가 다쳐서 걱정되는 것만큼이나 집회에 나가지 못해 마음이 다치는 것도 걱정스럽답니다 ㅋ
Commented by 히요 at 2008/07/02 01:05
에고~
마음 다치는 정도는 아니랍니다~

그냥. 좀.
할말없고 뻘쭘한 정도 [....] 네.
말씀 감사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여인무사 at 2008/07/02 08:50
다음에서 내 이름 치고 검색해봤니?
Commented by 히요 at 2008/07/02 23:31
예 ㅠ.ㅠ 뉴스 뜨기 전에 어찌저찌 전해 듣고 더 무서웠기도...
괜찮으실지요...
Commented by 로무 at 2008/07/02 11:29
한번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고... 빠져도 그러려니 나가도 그러려니...
Commented by 지나군 at 2008/07/07 04:23
부산에서도 집회가 열리고 있어요-
서울처럼 대규모도 아니고, 과격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서울에선 다들 힘들게 싸우는데 우린 이래도 되나, 생각했지만
이렇게 모이는 걸로도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평일도 열리고 있지만 매주 토요일이 집중날이예요. 일곱시 서면,
시간되시면 와주세요. ^_^
Commented by 히요 at 2008/07/07 04:29
예이 =)
수고하십니다. 매주 토요일이 집중날이라, 일곱시 서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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