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8일
뜻밖이네.
갑자기 아버지께서 부르시더니
"이문열 아나?"
"예.. 알지요."
"걔 소설 사보나?"
"아뇨."
"앞으로도 절대 사보지마라."
"예? 왜요?"
"이번에 말하는 것을 보니 도저히 .........."
라며 이문열에 대해서 분개하시는 아버지. 한 10년 전에는 아버지도 한나라당 지지자셨다. 내가 안티조선 운동 하러 다니던 것도 불안불안하게 보셨고, 안티조선티셔츠라도 입고 나가는 날은 테러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내비치셨다. 노무현은 맘에 드셨던 모양이고, 유시민도 맘에 드셨던가보다. 다혈질인 딸과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언성을 높이지 않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어느새 아버지는 열우당 지지자가 되어 계셨다. 한나라당을 비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민노당(현재는- 그분들이 진보신당에 계시지만.) 사람들이 하는 주장이 괜찮고 옳다는 것을 나와의 대화 없이도 점점 알아가셨다. 8~9년 전의 내가 이문열에 대해 짜증을 느끼고 싫어할 때에는 그걸 굳이 아버지와 얘기할 필요도 의미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나를 불러 혹시 이문열의 소설을 살까봐 이문열이 이번에 뭐라고 했으며 왜 괘씸한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신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라는 관용어가 갑자기 지금 떠오르는구나.
그러고보니 엊그젠가도, L씨가 내게, 이문열에 대한 분개를 이야기했다.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이 알아가는구나, 알아주는구나, 그런 느낌이다. 안티조선운동덕분에,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문열의 삽질을 몇 년 일찍 알 수 있었다. 역겨워했고, 짜증스러워했고, 그런 인간이 문학인으로서 널리 명성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느낌으로, 조금씩 갑갑하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 다른 사람들도, 알아보고 있다. 진보연하는 사람들이 애써 외쳐도 어디 닿는지도 모르던 얘기들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가 닿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자로, 고엽제의 피해는 다행히 없지만, 관련 질병이 하나 있고, 고엽제 전우회의 회원이시다. 달변가에 리더쉽이 있는 아버지는 이쪽 지부의 무슨 부장 자리를 맡고 있다가 최근에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긴 참이다. 고엽제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달라는 시위를 하러, 서울에 곧잘 회원들과 함께 다같이 올라가시곤 했다. 나도 그 활동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국가를 지킨 영웅이라는 구색 좋은 명예만 추킬 게 아니라, 국가의 일에 개인의 목숨과 건강을 희생시킨 데 대한 대가를, 근대국가는 제대로 치러야 한다.
이번에 고엽제 전우회가 서울에 촛불집회를 '반대하러' 올라갔다는 걸 뉴스로 읽었을 때, 아득했다. 그럴만한 성격의 단체이긴 한데, 아버지가 속한 단체라니. 아버지야, 저 분들과 주된 사고의 틀도 사상의 방향도 다르신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뭐라 말 꺼내기도 미묘하니 그냥 넘어갔다.
낮에 식사하는데 아버지께서 그러신다.
"이번에 고엽제 전우회, 서울에 데모하러 간다던데 나는 촛불시위 참여하러 가는 줄 알았거든. 나야 이번엔 안 갔지만, 그런가보다 했는데."
"............"
"알고 보니 이명박이 편들러 갔더라고!!!!!!!!(분개)"
"............-_-;;"
"아악 진짜 쪽팔려서 어디 가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이라고 말 꺼낼 생각도 못하겠다. 아악아악아아아악!"
아버지가 이렇게 뭔가에 민망해하는 건 처음 봤다.
방금 그러신다.
"내 요즘 제일 걱정이 뭔지 아나?"
"...? 무엇인데요?"
"장마."
"장마?"
"장마 때문에 촛불집회 나오는 사람 수가 줄어든다잖아! 집회하는 사람들도 집회하기 힘들거고. 사람 줄어들면, 이명박이만 좋아라 할 거 아니야. 진짜 하야까지는 안 되더라도, 계속 하야하라고 외쳐야 자기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아닌가 알까말까한 사람인데!"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수선한 시대가 사람에게 민주적 각성을 요청한다. 개인이 피곤해지고, 개인이 질 의무가 많은 세상. 각성하는 자가 많으면 민주주의야 건강해질 가능성이 커져서 청신호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개인이 그래야만 하도록 만드는 어두운 정부가 굳건하다는 점에도 기쁘다기도 애매모호.
"이문열 아나?"
"예.. 알지요."
"걔 소설 사보나?"
"아뇨."
"앞으로도 절대 사보지마라."
"예? 왜요?"
"이번에 말하는 것을 보니 도저히 .........."
라며 이문열에 대해서 분개하시는 아버지. 한 10년 전에는 아버지도 한나라당 지지자셨다. 내가 안티조선 운동 하러 다니던 것도 불안불안하게 보셨고, 안티조선티셔츠라도 입고 나가는 날은 테러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내비치셨다. 노무현은 맘에 드셨던 모양이고, 유시민도 맘에 드셨던가보다. 다혈질인 딸과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언성을 높이지 않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어느새 아버지는 열우당 지지자가 되어 계셨다. 한나라당을 비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민노당(현재는- 그분들이 진보신당에 계시지만.) 사람들이 하는 주장이 괜찮고 옳다는 것을 나와의 대화 없이도 점점 알아가셨다. 8~9년 전의 내가 이문열에 대해 짜증을 느끼고 싫어할 때에는 그걸 굳이 아버지와 얘기할 필요도 의미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나를 불러 혹시 이문열의 소설을 살까봐 이문열이 이번에 뭐라고 했으며 왜 괘씸한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신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라는 관용어가 갑자기 지금 떠오르는구나.
그러고보니 엊그젠가도, L씨가 내게, 이문열에 대한 분개를 이야기했다.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이 알아가는구나, 알아주는구나, 그런 느낌이다. 안티조선운동덕분에,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문열의 삽질을 몇 년 일찍 알 수 있었다. 역겨워했고, 짜증스러워했고, 그런 인간이 문학인으로서 널리 명성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느낌으로, 조금씩 갑갑하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 다른 사람들도, 알아보고 있다. 진보연하는 사람들이 애써 외쳐도 어디 닿는지도 모르던 얘기들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가 닿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자로, 고엽제의 피해는 다행히 없지만, 관련 질병이 하나 있고, 고엽제 전우회의 회원이시다. 달변가에 리더쉽이 있는 아버지는 이쪽 지부의 무슨 부장 자리를 맡고 있다가 최근에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긴 참이다. 고엽제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달라는 시위를 하러, 서울에 곧잘 회원들과 함께 다같이 올라가시곤 했다. 나도 그 활동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국가를 지킨 영웅이라는 구색 좋은 명예만 추킬 게 아니라, 국가의 일에 개인의 목숨과 건강을 희생시킨 데 대한 대가를, 근대국가는 제대로 치러야 한다.
이번에 고엽제 전우회가 서울에 촛불집회를 '반대하러' 올라갔다는 걸 뉴스로 읽었을 때, 아득했다. 그럴만한 성격의 단체이긴 한데, 아버지가 속한 단체라니. 아버지야, 저 분들과 주된 사고의 틀도 사상의 방향도 다르신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뭐라 말 꺼내기도 미묘하니 그냥 넘어갔다.
낮에 식사하는데 아버지께서 그러신다.
"이번에 고엽제 전우회, 서울에 데모하러 간다던데 나는 촛불시위 참여하러 가는 줄 알았거든. 나야 이번엔 안 갔지만, 그런가보다 했는데."
"............"
"알고 보니 이명박이 편들러 갔더라고!!!!!!!!(분개)"
"............-_-;;"
"아악 진짜 쪽팔려서 어디 가서 고엽제 전우회 회원이라고 말 꺼낼 생각도 못하겠다. 아악아악아아아악!"
아버지가 이렇게 뭔가에 민망해하는 건 처음 봤다.
방금 그러신다.
"내 요즘 제일 걱정이 뭔지 아나?"
"...? 무엇인데요?"
"장마."
"장마?"
"장마 때문에 촛불집회 나오는 사람 수가 줄어든다잖아! 집회하는 사람들도 집회하기 힘들거고. 사람 줄어들면, 이명박이만 좋아라 할 거 아니야. 진짜 하야까지는 안 되더라도, 계속 하야하라고 외쳐야 자기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아닌가 알까말까한 사람인데!"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수선한 시대가 사람에게 민주적 각성을 요청한다. 개인이 피곤해지고, 개인이 질 의무가 많은 세상. 각성하는 자가 많으면 민주주의야 건강해질 가능성이 커져서 청신호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개인이 그래야만 하도록 만드는 어두운 정부가 굳건하다는 점에도 기쁘다기도 애매모호.
# by | 2008/06/18 00:25 | Real Situation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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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기에 히요님의 정성이 엄청 들어갔으리란 사실은 불문가지이겠지요.
집안 어르신과 그렇게 마음이 맞기가 쉽지 않은데 부럽습니다.
아아, 난 울 오빠를 설득하지 못 하는데.
와~ 아버님, 멋지세요, 정말 짱이십니다.
제 아버님은 '자율규제라는거 아주 훌륭한 정책이다. (그게 지켜질 리가 없으니까)결국 소고기 수입은 그대로 하고, 국내 불만은 효과적으로 누를 수 있으나까.'라고 말씀하셨지요.
-_-)y=o0 맞는 말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뭔가 앞뒤가 안 맞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