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버지네.

Y학생, 12살.

“법을 만드는 사람이 집행하고, 그 사람이 법어긴 사람을 처벌까지 하면, 그 사람 맘대로 하겠지?”
“막 지 하고 싶은대로 법을 만들고 시켰다가 어기면 막 처벌하고 그러겠네요.”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는 그 세 가지 힘이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도록 나눠놓았지. 그럼 누가 법을 만들게?”
“국회의원!”
“그렇지. 그럼 누가 법에 따라 집행하게?”
“....에... 국회의원?”
“나눠놨다니까 ^^”
“...에?”
“국민들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하면 이거 해주고 저거 해주고 하는 실질적인 국가 운영을 누가 하니?”
“대통령?”
“응.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이 포함된 곳을 행정부라고 하지. 그럼 법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건 누가 하게?”
“그건 판사.”
“응. 판사가 속한 곳을 사법부라고 하지. 국회의원이 있는 곳을 입법부,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는 곳을 행정부, 판사가 재판하는 곳을 사법부라고 해서...”
“아아아아!! 삼권분립!?”
“어라. 그 단어, 알고 있네?”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요.”
“아버지가?”
“네. 전에 한번 신문 보다가, 그거 다 이야기 해주셨는데 까먹고 있었어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삼권분립을 하는데 셋을 나눠서 어쩌고 저쩌고.”
“좋은 아버지네. 그 삼권분립이 안 되고 다 자기 손에 넣으려는 권력자들이 생길 때도 왕왕 있어서, 항상 잘 나눠져 있는 건 아니야.”
“그것도 알아요. 그런 게 독재자죠?”

좋은 아버지네. 더 물어보니 아버지께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모양이다. 나는 그걸 고교시절 '정치' 과목을 맡았던 (사실은 정치과목 전공도 아닌)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물 보고 배웠는데. 그런 게 독재자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거나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웬만한 어른들 보다 낫구나.

by 히요 | 2007/08/30 19:47 | Real Situation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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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느긋한호랑이 at 2007/08/30 21:10
가정이 가질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이 잘 다듬어진 곳에서 자란 학생이군요..^_^
저도 아버지가 되면 나갔다들어오는 그런 '외부인'같은 아버지보다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은걸요. 자식들과 이야기하면서 가르쳐줄게 나오는.
Commented by 피해망상 at 2007/08/30 21:37
그런 의미에서 카를 게바우어가 지은 '아버지로 산다는 것' 괜찮은 책입니다. 요새 읽고 있는데, 아직 그런 책 읽기는 한참 시간이 남아있다 싶긴 하지만 읽다보니까 우리에게 아버지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졸립게 논문식으로 적지도 않았고, 일반인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당신의 아버지는 어땠는가를 보여주는. 그리고 좋은 아버지란 어떤 아버지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사실 것도 싸질러놓고 다섯달동안 안보다가 며칠 전에 잡았다는(..)
Commented by 히요 at 2007/08/30 23:20
느긋한호랑이님 _ 그럼요, 대화하고, 같이 가치관을 다듬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아버지가 되어야겠지요. 저도 그런 어버이가 되려고 노력!

피해망상님 _ 하하. 저도.. 다섯달 쯤은 훌쩍 넘은 '사두고 안읽은 책' 들이 가득하답니다 -.-);;
Commented by 우기 at 2007/08/30 23:58
책장에 사놓고 안읽은 책들이 밀린 숙제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히요 at 2007/08/31 00:29
우기님 _ 책의 눈치를 흘끔 흘끔 보고 있답니다. '머, 머잖아 읽을게염..' 하면서.
Commented by 천의무봉 at 2007/08/31 00:33
결혼하면 당장에라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속 깊이 다짐하게 만드는 대화입니다.
사실 지금부터 해도 모자라긴 하겠지만..ㅡㅡ;
Commented by 히요 at 2007/08/31 00:36
천의무봉님 _ 지금부터 하세요, 지금부터 ㅎㅎㅎ 나중에 급하게 한 공부는 다 눈치채입니다. 깊이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거. ^^ 아이들의 눈은 의외로 예리하지요.
Commented by 아마란스 at 2007/08/31 00:56
어렸을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중 하나가 부모님께 뭘 물어보면 "모르겠는걸?" 이라는 대답을 들을때였죠.
그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일단 스스로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버릇이 들긴 했지만...올바르고 좋은 지식이라면 직접 알려주는게 좋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저도 공부중입니다. (...)
Commented by 히요 at 2007/08/31 15:23
아마란스님 _ 다 아는 척 하거나 별걸 묻는다고 구박해서 보내버리는 부모보다 훨씬 좋은 부모님이십니다. ^^
Commented by 호크윈드 at 2007/08/31 16:57
저 삼권분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대통령이 말이야~"라는 이야기가 훨씬 줄어들텐데 말입니다.
올바른 가정교육... 정말 중요하죠. 저도 세빈이를 잘 가르쳐야 할텐데 말입니다 ^^(바로 눈 앞에 닥친 일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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