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적 사고방식의 극치

작통권과 관련해 어떤 글 (우리에겐 왜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 을 하나 읽게 되었다. 장문의 글이라 종이에 프린트해다가 숙고하며 읽어봤다. 예비역 대장이자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사람과의 인터뷰이니, 읽어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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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주목해야 할 요점을 미리 생각했다.

(1) 높은 직위의 군인이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라면 작통권이 넘어가있는 상태에서의 지휘를 맡은 당사자이기도 하니, 자신이 복무한 체제에 대해서 우호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에 대해서 비판적인 말을 한다면 자신의 과거 행적을 평가절하하고 군을 비난하는 셈이 되니까, 당사자로서는 ‘작통권 안 받아도 이 상태가 바람직하다’ 라는 것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2) 실제야 어떻건, 한국 군대가 지휘할 능력이 없다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건 자기 얼굴에 침뱉기이고,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없고 무능하다고 비난만 받을 것이므로. 그러나 지휘할 능력이 있다고 강변하고도 (1)에 의해 작통권이 미국에 있는 상태를 옹호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적’ 이 예상밖으로 강하다는 논리를 펴게 된다.

경찰들이 검거율 높은 걸 들어 경찰의 우수성을 말하면서도 범죄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경찰력이 축소되기보다는 증가되기를 말하듯이. 교사들이 참교육의 정당성을 말하고 좋은 교사의 사례를 말하면서도 교실붕괴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교육재정이 늘어나고 교육지원이 더 가속화되기를 말하듯이.

자기 집단 내부의 문제점에 대한 개혁에 대해서 먼저 말하려고 들지 않고, 자신이 우수하다고 강변하면서도, 축소당하지 않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적’ 혹은 ‘문제점’ 을 평가절상하게 되어 있다.

(3) 작통권을 돌려받는 것이 현재로서 ‘시기상조’ 라는 논리라면, ‘언제’ 가 적기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

(4) 작통권을 미국이 쥔 게 옳다는 주장이라면, 영원히 되돌려받지 말자는 이야기인지를 확실히 해야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주권국가로서의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5) 군대 말고도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에 기여하는 영역은 많다. 경제의 유대를 긴밀하게 만들어 전투보다 경제적 협력에서 이익을 많이 얻는다면 경제적 접근법도 전쟁을 억제시킬 수 있다. 회담과 같은 정치적 영역도 햇볕정책이 보여주었듯이 교류를 터냄으로써 전쟁 억제에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속한 부분만을 최고로 여기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교사들은 교육 개혁을 지금당장 하지 않으면 끝장이란 식으로 말하고, 과학자들은 지금 과학 지원을 더 해주지 않으면 뒤쳐져서 큰 문제란 식으로 말하고, 자신의 분야에만 관심을 갖고 정당성을 재확인하다보면 타 영역의 역할에 무지하기 쉽다.

즉, 북한에 대응하는 방법은 군대이외에도 정치/경제 등 여러 영역이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과 인식 위에서 군의 역할을 논하는가, 군의 역할 외엔 아무 것도 안 보고 있는가 - 도 하나의 요점.

(6) 작통권이 우리에게 없을 경우 휴전과 종전에 관한 결정은 미국, 중국, 북한의 회담에서 결정되고 남한은 참가할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데, 그런 문제에 관한 의견은 어떠한가.

읽기 전부터 예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과연 위와 같은 점에서 얼마나 체계적인 판단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현재까지의 시스템을 옹호하고 정당화하고 적(북한)을 평가절상하고 군 이외의 영역의 역할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끝나버릴 것인가? 작통권의 환수를 찬성한다면 시기를 언제로 보는가? 찬성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작통권 영구 미국 보유’를 주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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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결과.... -_-

☞ 여러 가지, 동의할 수 없는 것들

“원래 안전보장이라고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완벽하게 해 두는 것이 맞는 답입니다.”

안전보장은 ‘군사력 강화, 전투력 우위’ 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협력과 경제협력을 통해 얼마나 ‘침략동기’ 를 약화시키는가의 여부가 안전보장과 더 밀접하게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침략하는 것보다 현상을 유지하며 원조받고 경제협력하는 게 더 이익이라면 전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나 위 글속의 인터뷰이는 전투력의 압도적인 우위가 곧 안전보장인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렇게 치자면 ‘할 수 있는 한 많은 돈을 국방비에 쏟아부어야 한다’ 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군국주의로 치닫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니라면, 안전보장은 전투력의 압도적 강화 보다는 정치/경제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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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군이 북한하고 비교해 보면 어떤 면은 강하고 어떤 면은 약한 데도 있습니다.”

국군이 북한군을 압도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어떤 점이 약한가’ 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다. 약한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의 강화에 대해서 주목해야 하니까. 그러나 어디가 약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겠지 -_-;; 그렇다면 지난 수십년간 그거 강화 안하고 뭐했냐는 비판에 직면해야 할테니 (...)

그리고 나오는 논리가, 북은 무력적화통일전략이라 군비 많이 썼는데 우리는 평화통일노선이라 많이 못썼단다. 하지만 스스로도 인정하다시피 전체적 액수로는 우리 나라가 더 많이 쓰고 있다. 노선이 어쨌건 더 많이 썼는데 더 강해야지. 더 강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걸 지적해 강화해야 하고. 정확한 문제점과 개선을 도모하지 않고, 단순히 ‘북한을 쉽게 보지 말자’ 는 얘기만 두루뭉실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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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엘리트를 다 군에 보냈는데 우리나라는 아니라는 언급은 문제가 있다. 나라 안의 인재들이 다 군대로 가는 건 군국주의 국가나 그런 것이다. 인재일수록 사회 시스템 내부에서 사회에 공헌하는 국가로 나아가야되는데, 저 인터뷰이는 군국주의 국가로서의 군팽창을 북한과 대결하는 구도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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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송악산 공격한 적도 있고… 그러나 북한이 주로 남침했고, 우리가 뭐 침략 기회를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 뭔 모순된 말씀이지. 먼저 송악산 공격 한 적 있대며. 그런데 우리가 침략 기회를 가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건 뭔 말씀인지…. 그리고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우리 나라도 북한에 간첩이고 무장공비고 납치고 교전이고 하는 사건을 먼저 걸기도 한다. 그런 걸 은폐하고 북한에 도덕적 책임이 있고, 그쪽이 나쁘다는 식의 서술은 ‘정당성 싸움’ 일 뿐 사태분석이 아니다.

만약 누가 더 많이 싸움을 걸고 누가 공격의사를 더 많이 보이는가를 말하고 싶었다면, 남측이 먼저 건 분쟁이 몇 회이며 북측이 먼저 건 분쟁은 몇 회인지를 정확히 밝히는 편이 더 나을 것이고, 공격은 먼저 한 적이 있었지만 침략 기회를 가진 적은 없다 -_-;; 는 말이라면 공격과 침략의 차이가 뭔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말장난같다. 우리가 하는 공격은 국경분쟁, 저들이 하는 것은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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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를 공개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모순이라 주장하는데, 저 인터뷰이의 앞선 주장을 보면 우리가 북한보다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어한다. 그게 전쟁 억제력이라고. 그럼 북한이라면 ‘우리가 너네보다 이만큼 약해’ 라는 걸 보여 주고 싶겠는가? 모순이 아니라, 바로 저 인터뷰이가 가진 ‘국방력 경쟁’ 의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서 북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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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대해서 “그 다음에 돈이 없으면서 핵미사일 자꾸 개발하는데 왜 거 돈 쓰느냐 이거 참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한다는데 그건 안 된다는 걸 자기들도 잘 알겁니다. 그러니까 이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라고만 서술하고 있다.

정말로 이해 못하는 건가? 핵을 가지고 있으면 주변국과 미국 등등이 북한을 주목하고, 그리하여 협상에서 여러 가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핵을 개발하는 게 북한에게 유리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텐데. 군사적 관점으로만 보자면, 어차피 핵 개발한다고 해서 전쟁에, 미국에 이길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대북정책이나 핵문제는 군사적 관점 이외의 정치적, 국제적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인터뷰이는 군사적 관점 이외의 것은 고려대상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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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쪽은 “그렇게 하세요.” 다른 한 쪽은 “나는 반대합니다.” … 이럼 이제 결국 못합니다.”

작통권을 미국이 쥐지 않고 우리가 가질 경우, 미군부대 지휘와 한국군 지휘가 대등하기 때문에 한쪽이 반대를 펴면 결국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근현대사 속에서 미군정이 해온 행방을 짚어보면, 그들은 한국국민이나 북한국민의 민간인 피해를 중요시하지 않았고, 다량의 민간인 피해를 어느 전쟁에서나 내고 있다.

만약 그들이 한반도에서 대량의 민간인 피해가 나올만한 전략을 펴고자 한다면, 우리가 작통권을 가지고 있어야 “나는 반대합니다.” 라며 무모한 전략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반대하면 작전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안 된다니? 군사전략에서 효율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한국국민의 생존을 존중해 주리라 기대할 수 없는 상대에게 ‘반대하지 않기’ 위해서 작통권을 되찾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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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방은 없다는 주장도 뒤이어지는데, 그 주장을 확실히 하려면, 딴 나라들도 죄다 그 나라 작전지휘를 미국에게 맡겨놓고 있는지, 그런 나라가 몇 개나 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영구히 미국에게 양도한 채 되찾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대답을 해야할 것이다. 또, 1994년에 평시작전통제권은 환수받았는데, 저 인터뷰이의 논리대로라면 그것도 환수받을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저 인터뷰이는 결국 우리나라 군대의 전시최고지휘권을 미국에게 ‘영구히’ 주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군대와 국방력, 군국주의, 군사적 우위, 전투의 효율, 전쟁에서의 승리, 그것이외의 방법과 길과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군의 현재상태 정당화’ 밖에 없는 글이다. 정치, 경제적 관점도 전혀 없고, 미군정의 부적절한 점에 대한 경계도 전무하다.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전쟁을 할 엄두를 못낼 만큼 북한을 겁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어떻게 되든 관계 없다는 논리, 그런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군국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여러 세계 대전과 제국주의를 통해 이미 뼈저리게 알지 않았는가? 그리고 미군정이 전쟁에서 한반도의 사람들 생명값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이미 알만큼 알지 않는가. 전쟁의 효율과 전투력 향상 외에도, 평화를 위해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르게도 많이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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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06/12/24 17:17 # 답글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전쟁을 할 엄두를 못낼 만큼 북한을 겁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어떻게 되든 관계 없다는 논리> 가 한반도에서는 현재 시각이라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시대 착오임에는 틀림없는데 말이죠.
  • LoneTiger 2006/12/27 01:46 # 답글

    - 미국의 입장에서보자면 작통권환수 자체는 "(군사)정책에 기반해 행해진 수순에 일부"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군에 있을때 읽었던 2010년 미군 계획에선 분명히 강력한 타격력을 바탕으로 한 전술이였는데,
    럼스펠드국방장관이 취임한후 전부 취소되고 짧은 시간내에 많이 배치 할 수 있도록 바뀌어버립니다.
    하루만에 모든곳에 급파 할수 있는 테스크포스를 선두로 2진인 예비군 소집 - 파병 의 순으로 말이죠.

    - 이런 계획으로 선회 하게된 이유로는 지금도 해외 미주둔군은 꽤 많은곳에 배치 되어 있고
    그곳으로 소모 되는 예산만해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비교적 나아지고 있다지만
    아직도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미국으로서는 예산줄이기 그 목적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영원한 우방" 이고 자시고 간에 미국으로써야 주둔군의 규모를 줄임으로써 예산을 줄이고
    (적자를 만회하고, 남는 예산으로 경기 부양책에 투자가 가능), 대신 그만큼의 작전 능력을 유지한다.
    이것이 계획의 골자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우릴 버렸네 어쩌네 하는 이야긴 정말이지.
    개그가 아닐까 합니다.

    - 한국 육군은 전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력한 육군입니다. 주변에 "러시아/중국/일본" 등의
    거대/고자본 의 나라가 있다 뿐이지 현재 북한군의 수준으론 대보지도 못한다고 봐야겠지요.

    - 미국이 작통권을 가지고 있었던 의미는 사상대립 -> 냉전 -> 냉전 종식 의 수순으로 인해서였는데,
    이제와선"미국에게" 그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소련이 있었을땐 한반도가 미/소 간의 자존심 경쟁의
    장소였겠지만 지금에 와서야 의미가 없죠.

    - 가장 문제는 북한이 무슨일을 벌이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주장할
    수 없다 라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 군사/정치/외교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이부분은 제가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말이죠.
    (설명도 없고, 로드맵도 없는......)

    p.s 덧글이다보니 두서없이 적어버렸네요.
    군사 <-> 정치 <-> 외교 의 트라이앵글에 끼어 들게되면 거기서부턴 골치 아파지지요. 한면만 볼수도 없고
    특히나 독재자가 끼어 있다면 저 트라이앵글이 한사람에 기분으로 좌우되니 말입니다.

    p.s 크리스마스 이브에 쓰신 포스팅으론 꽤나 어색한 포스팅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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