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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과연 정말 자신만의 공간인가? - 복숭아님 블로그 트랙백 블로그 책임론은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나온다. 블로그는 자신만의 공간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공간인가? 자신의 권리에 방문자들은 일체 건의할 권리조차 없는가? 아니면 방문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글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 스스로 수정하는 정도의 의무를 보여야 하는가? 실은, 블로그를 대상으로 논할 때 '해야 한다' 로 끝나는 서술어들은 죄다 쓸모가 없다. 안 하면 어쩔 건데? 싸우고 헤어지는 수 외엔 상대방을 강제로 어떻게 뜯어고칠 수가 없다. 준법의 의무, 납세의 의무같은 것은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이 뒤따르고, 어떤 커뮤니티에서라도 규칙을 어기면 퇴출을 당할 수 있지만, 블로그는 이도 저도 아니다. 기껏해야 서비스 업체에서 요구하는 약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 뿐. 결국 뭔가 '해야 한다' 는 의무라는 건 블로그에선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정 정도의 의무감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살아가는데, 이 때의 의무감이란 사람들이 '도의적' 인 차원에서 스스로 인정하고 짊어지는 종류이다. '그래도 사람 살이인데 서로 얼굴 으르렁 거릴 필요 없고 이런 점은 인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게 좋겠다' 라고 스스로 선택하는 의무라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거로서의 책임감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자발성에 근거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책임감의 범위, 가치, 무게 등을 뭇 사람 앞에서 내보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사실상 '이것은 책임이고 하지 않으면 처벌을 당하므로 반드시 해야 된다' 가 아니기에, '이 정도는 내가 책임지는 게 좋겠다' 라는 선택이고, 그 사람의 그릇과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일체의 책임감을 배제해버리고 자신의 공간이라는 이유만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사람들을 상처주는 포스트를 가감없이 올리기도 하고,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소중히 할 뿐 주변 사람들에게 '도의적으로' 가질 법한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지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거기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끼고 반응을 해도, 거기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기보다 자기 자유를 더 강조하곤 한다. '내 자유인데 네가 뭐라고 간섭하느냐?' 라는 류의 주장으로 일관한다. 어떤 사람들은 상당히 깊은 책임감으로 글을 쓴다. 자신이 원해서 쓴 글임에도 불필요하게 누군가를 상처주지는 않을지 고민하기도 하고, 어떤 의외의 부정적 여파를 끼쳤다는 걸 알게 되면 수정/삭제하거나 당사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누구도 그러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그게 함께 살아가는 도리에 맞다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 하더라도 남과 더불어 살고 남과 함께 행복한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지적과 의견에 일일이 반응하고 고심하고 자신을 가다듬는다. 이 사람에게도 소위 '내 맘대로 할 자유' 라는 것은 있지만, 그게 최고의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더불어 살기' 를 택하는 것이고, 그래서 '도의적 의무' 라는 걸 받아들인 것이다. 어느 쪽으로 살아갈지는 자기 자신이 선택한다. 그 어느 쪽도 의무가 아니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상처받는 사람이 있으면 무시하고, 뭐라 비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니가 뭔데' 라며 한 방 날려주고 그냥 또 다시 마이페이스로 살아가기를 택해도 된다. 그렇게 해도 이글루스에서 퇴출 안 당한다. 타인을 배려해주고 신경써주고, 상처받는 사람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비판이 속상해도 한 번쯤 귀기울여 보는 여유도 가져주고 그렇게 더불어 살 수 있는 블로거가 되기를 택해도 된다. 읽으면서 누구나 느끼겠지만, 내가 어느 쪽을 권할지는 자명하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지도 빤히 보일 것이다. 왜냐면 우린 누구나 어느 쪽의 삶이 좀 더 바람직한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겨대도, 정당해보이고 타당해 보이는 주장을 해도, 그 어떤 자기 권리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더불어 살기 위해 자신을 조금 접고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며 타인을 배려하면서 자신을 가다듬는 삶이 훨씬 더 아름답고 자랑스럽다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은 '선택' 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신이 스스로 갖는 '도의적 책임감' 이 어떤 종류인지를 보여주게 되고, 그럼으로써 한 사람의 깊이와 가치관과 성숙함을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선택에는 그에 마땅한 결과가 따른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 지, 굳이 쓰지 않아도 모를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나 같아도 그 두 부류 중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고자 할 지, 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블로그 책임론' 이다. 결국 블로거로서 책임져야 할 의무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 개뿔 지맘대로 써갈겨도 누가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그런 방식의 블로깅을 선택한 결과를 곧 두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괴로운 '선택의 대가' 를 겪다가, 언젠가 '나' 를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 도 함께 행복하게 해야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온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