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캠페인 유감

티비를 켜니 위대한 밥상인가 뭔가 하는 그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담배 관련이라... 내 주변에 지인들 중에서 담배 피는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담배에 대해서 굉장히 꺼려하는 만큼 알아두면 좋겠지 싶어서 시청.

내 눈길을 가장 끄는 부분은 이거였다. 자의로 담배를 끊는 사람은, 그러니까 '쌩으로 끊는' 성공률은 3% 밖에 안 된다는 것. 백에 세 명 정도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셋이 정말 의지가 독해서 그런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니코틴 중독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거나 의지가 다르기 때문이거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끊는 데 들어가는 스트레스나 노력도 다르므로. 피워 온 세월과 중독의 정도는 대체로 정비례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니까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누가 쌩으로 끊을 수 있는 사람인지' 는 결코 예측할 수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

그럼 여러 가지 약물치료라거나 보조도구를 사용한 치료를 하면 얼마나 성공율이 올라간다는 걸까? 무려 40% 였다. 그럼 병원에 찾아가 처방을 받으면 40% 나 금연에 성공한다는 거잖아.

순간 그동안 있었던 모든 금연 캠페인을 향해 짜증이 확 솟았다. 담배 끊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지 말고, 하려면 할 수 있다를 강조하지 말고, 원한다면 약간의 의료적 도움으로 거뜬히 빠져나올 수 있다 는 걸 강조했으면 좋았잖아!!

그동안 담배가 얼마나 나쁜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 바람에 흡연자들은 전부 몸이 다 썩기라도 한 듯 위화감을 주고 몰아가더니, 또 한동안은 하려면 할 수 있다고 의지를 굳힐 것을 종용해서 마치 못 끊는 사람들을 다 의지박약아로 만들고. 그래 놓고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효과를 진정으로 낳을 줄 알았냐!! (버럭)

흡연자도 담배가 몸에 나쁜거 다 안다. 흡연자도 자신의 담배가 비흡연자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불쾌한 냄새, 연기 등으로 피해를 끼친다는 거 다 안다. 담배냄새 나는 사람들은 이성에게 인기도 떨어지고, 아이들에게도 반감을 산다. 흡연자라는 사실이 얼마나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로 불편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담배가 얼마나 몸에 나쁜가를 강조하는 건 사람들을 그저 겁주는 거고, 겁주는 것에 대한 반동작용으로 '그냥 이리 살다 죽으마' 라는 생각을 조장하기 딱 좋은 것이다. 중독에서 벗어나라고 강한 의지를 가지라고 부추길수록, 할 수 있다고 부추길수록, '쌩으로 끊지 못하는 ' 97% 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박약을 한탄하게 되고, 끊은 사람들을 '독종' 이라고 비난하거나 핀잔할 수 있게 될 뿐이다.

금연에 대한 권장의 포인트는 이쪽이어야 한다. 어차피 흡연자들은 끊어야 할 이유나 동기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스스로 흡연자의 입장에 만족한다면 그런 사람은 애초에 '건강에 대한 협박' 을 해봤자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금연을 권장할 목표는 '끊고 싶어하는 흡연자' 들이어야 한다.

'금연이라는 것은 의료적 도움을 받을 때 40% 의 성공율을 보인다. 자신의 의지로만 버티는 것은 힘들다. 끊고 싶다면 혼자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도와 끊자.' 그런 메세지를 널리 알려 담배를 끊는 일이 결코 '백에 셋 정도나 성공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 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는 사람이 독종인 게 아니라, 담배를 끊는 것은 쌩으로든 도움받고서든 결과적으로는 '금연은 백에 마흔이 성공하는 것' 이라는 개념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

금연에 대한 시각의 문제이다. 3% 의 금연성공율만 생각하면 거기서 빠져나오려는 수고를 반복하다가 실패하게 되는 그 모든 일들이 허무해 보이게 되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핀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쌩으로' 가 아니라면, 결국 40% 가 성공한다는 것을 보면, 아무리 중독이지만 둘에 하나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된다. 중독의 쾌감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 앞에서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고 생각될 때 도전하게 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 생각으로 그간 내가 봐온 금연 캠페인들을 곱씹으며 짜증스러워하며, '그렇지만 병원의 어느 과의 어딜 가면 그런 의료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건데? 그거 안 알려주면 말짱 황이야!' 라고 투덜댈 무렵 프로그램 속의 전문가가 설명을 해 주었다. 전국 보건소에 금연보조를 위한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있다고. 아아 저거 좋구나.

담배가 나쁘다는 거 그만 강조해도 알 사람 다 안다. 어떤 방법으로 할 때 고생 덜하고 스트레스 덜 받고 끊을 수 있느냐는 거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끊고 있는가, 그것이 내 생활 (체중/스트레스/불면 등) 에 얼마나 지장을 덜 줄 것인가, 그런 정보가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금연 계획을 권장할 바탕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타르로 찌든 시커면 폐의 사진따위 지금도 충분하니까 의료 보조로 금연에 성공한 사례와 그 비율, 그 방법에 대해서나 더 많이 소개해 달라구!

덧글

  • Karpe 2005/05/30 15:24 # 답글

    히요님, 이글을 저희 회사 게시판에 옮겨써도 될까요?
  • FromBeyonD 2005/05/30 15:34 # 답글

    정부는 사랑스러운 국민을 위해서.
    담배를 못 피게 하기 위해서 담배값을 올립니다.
    그렇다면 담배값 인상의 세금은 당연히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하도록 사용되어야겠지요.
    사실 히요님이 분노하시는 그러한 방법에 대한 소개는 흡연자가 내고 있는 세금으로 충분히 보조할 수 있는 그런 것들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담배값 인상으로 인한 세금을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를 메꾸는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국민이 담배를 끊게 만들 의지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야겠지요.
  • 히요 2005/05/30 15:57 # 답글

    Karpe님 // 네엡 ^^ 그러세요.

    출처와 작성자 표기를 해주시구요-

    참, 비공개 덧글로 주소를 알려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 히요 2005/05/30 15:59 # 답글

    From.BeyonD님 // 으음..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기보다는
    담배를 끊게 만들만큼의 효율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네요.
    끊게 만들 의지가 정말 없었다면 그런 공익 캠페인 어차피 할 필요가 없는 거고..

    비효율과 떨어지는 능력이라거나 이런 걸 보완하려면..
    역시 훌륭하고 창조적인 '공무원' 이 있어야 하려나?? 어려운 일이군요 -_-;
  • 아마란스 2005/05/30 17:53 # 답글

    ...우리나라의 특성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병원! 하면 무지하게 꺼리는 성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금연 캠페인에는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끊는다' 와 '치료'가 조합되면 마약이 탄생되는 생각도 그렇고...(...대체 이건 뉘집 생각인지.)
    아무래도 '약간의 의료치료 = 쌩돈이 하늘을 펄펄'(...)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나봐요. 약간의 돈을 투자하면 앞으로 몇년동안 날릴 담배값이 무마될텐데...담배값도 요즘 오르는 추세이고요.

    ......뭐, 돈 든다고 건강검진 안 받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요.-_-;;;
  • Meister 2005/05/30 20:22 # 답글

    아마란스 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게다가 담배는 요새 시각이 좀 달라지긴 했습니다만 우리 문화자체가 기본적으로 중독에 관대한 문화..인지라, 아주 심각해져서 진짜 옆에서 붙들어 입원시키지 않으면 안될 수준으로 중독되기전엔 끊는다+치료 조합을 받을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 다시 치료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방법을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약을 써서까지 끊어야한다'는 자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케이스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약과 끊는다의 조합이 중독이란 단어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때문인거겠지요.
  • jenu 2005/05/30 22:17 # 답글

    우리나라 캠페인이 다 그렇지 하고 좌절하게 되는군요 ㄱ-
    (하긴 오죽하면 인구늘리자고 독신세를 걷잔 소리를 할까....하고 떠올랐습니다)
  • 히요 2005/05/30 23:33 # 답글

    아마란스님 // '담배를 치료보조를 받고 하면 40% 나 끊는다더라' 라는 것이 상식이 될 정도로 퍼뜨려지고, 또 그러한 성공사례가 굉장히 흔해지게 되면 그런 편견은 다 해결되는 종류입니다. 하지 않아서 그런 편견이 존재하는 거지요.

    그리고 [티핑 포인트] 라는 책에서 본 부분인데, 사람들에게 무슨 병 예방주사와 같은 것을 맞으라고 할 경우에, 그 병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강조한 책자를 준 경우나 강조하지 않은 경우나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결과의 숫자차이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딜 가서 어떻게 맞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표기한 책자를 준 경우는 맞으러 온 사람이 월등히 많아졌다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정말 방법을 제시해주고 그것이 상식처럼 보편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응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 히요 2005/05/30 23:34 # 답글

    Meister님 // 그걸 쉬쉬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요.

    그런 편견이 있으니까 그런 캠페인쪽을 안하게 되는 게 아니라, 심하지 않은 중독도 보조기구로 치료한다는 걸 강조하지도 않거니와 그런 걸 부끄러운 사례마냥 크게 안 알리니까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입니다. 선후관계가 반대인거죠.
  • 히요 2005/05/30 23:35 # 답글

    jenu님 // 저는 그런 종류의 좌절감은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게 되는 건 아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어딘가의 누군가는 더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서 고안하고 제시하겠지요. 누군가 더 나은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 좌절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진짜 좌절스러운 건 모두가 좌절만 하고 아무도 아무 생각도 아무 아이디어도 내지 않은 채 비관적인 생각에만 젖어 앉아있는 경우겠지요.
  • 2005/05/31 16: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히요 2005/05/31 16:20 # 답글

    비공개님 // ^^ 바로 그 '방법을 모를' 때 방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즐겁지요.

    저는 저거 보고 보건소나 병원의 의료 보조 방법들을 죄다 알아내가지구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담배나 금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보조 방법들을 사용하면 금연율이 40% 래. 쌩으로 끊으려고 하는 건 괜한 고생이 될지도 모르는데 좀더 효율적인 걸 써보면 좋나봐~' 라고 말하고 다녀야지... 라고 계획중입니다. 크핫핫.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