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 짱 재밌다 책 관련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관련 포스트를 하나도 못 썼다. 후속작인 ‘호모데우스’는 지금 읽고 있는데 이게 더 흥미롭고 더 재밌다. 근대의 지배적인 종교인 인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있는데, 정말 쇼킹하다. 사피엔스도 호모데우스도, 완전 모르던 얘기는 아닌데 이렇게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책이다.

내가 하던 방식으로 책 포스팅을 하기가 어려운 게, 이 책들은 앞부분에서 설명한 것과 뒷부분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을 얘기하려면 그 앞까지 나온 내용을 다 요약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쓸까? 음...

인본주의 설명 읽다가 와 이건 기록해 놔야지! 했는데 막상 이걸 포스트로 쓰려니 사피엔스부터 권째 요약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게다가 호모데우스 앞쪽 350페이지도 요약하고 나서 써야 할 것 같은.... 어찌 이렇게 이야기를 긴밀하고도 놀랍게 잘 풀어갈 수 있지?

무엇보다 내가 현재 사고하는 기반이 되는 가치 체계인 '인본주의'가 왜 종교이며, 내가 왜 그 종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 제일 소름. 심지어 내가 신이 있다고 믿고 기독교를 내 종교로 선택한다 하더라도 내가 선택하는 이유는 전근대 사람들이 기독교를 선택하던 이유와 다르고, 그 기반 역시 인본주의다. 이게 제일 쇼킹했어!

11/30 우리아이 문제없어요 기타 감상

사연. 아이가 초2인데 담임선생님을 아저씨라고 부르고 선생님께 반말을 한다.

난 이거 들었을 때 심각하다고 생각을 전혀 못했다. 서샘 말씀으로는, 이유가 반항심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성에 큰 약점이 있어서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 같다고 한다. 이미 주변에서 다 높임말 쓰는 환경이고, 반말 하면 이상하게 볼 테고, 다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그런데도 자신이 다르게 말하고 부르는 걸 못 알아채거나 문제라고 안 느끼는 거니까. 이 경우는 꼭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라고.

몇년간 서샘 방송을 들어와서 어지간한 사연에는 상담 답변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데, 이건 좀 예상 밖이었다. 천천히 가르치면 언젠간 알지 않을까 했는데 확실히 서너살도 아니고 8-9세가 저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자연스러운 습득이 안 되고 늦되는 것도 정도가 있으니 지나치면 역시 상담 고고.

팩트의 딜레마

의심과 믿음 사이 '팩트의 딜레마'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812022035045

[ 소개된 실험 중 하나에서,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건강보험이나 교사 성과급 지급 등 공공정책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피험자들은 처음에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찬성이건 반대건 의견은 분명하고 주장은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그 제도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며 사람들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달라고 하자, 피험자들은 자기가 이 제도에 관해 잘 모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어 다시 한번 찬반을 묻자 극단적인 답변은 눈에 띄게 줄었다. 팩트가 의견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사안에 대한 정보 부족을 인지하도록 만들어서 독선이나 아집을 제어할 수 있음을 뜻한다. ]

몇 년 전에 어딘가의 댓글문답을 읽다가, "5.18에 대해 에이포 세 페이지 분량도 써내지 못할 놈들이 입만 살아 아는 척을 한다"는 문장을 봤었다. 나는 5.18에 대해 책으로도 기사로도 이야기로도 상세히 접한 편에 속하지만, 에이포 세 페이지 (폰트11기준) 로 쓰라 그러면 과연 그걸 채워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읽고 들어 아는 것과, 내가 다시 말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한나라당이 있던 시절에, 사람들이 누구나 한나라당이라는 말만 나오면 욕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어떤 의원이, 어떤 법안이 싫으냐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마 몰라서 대답 못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읽고 들어 아는 것과 자신이 다시 말하는 것 사이의 간격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교육에 관한 헛소리들을 내내 도처에서 보면서, 대화할 기회가 생겼을 때 몇 마디만 물어도 그들은 사실은 자신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닫곤 했었다. 나도, 내가 읽고 들어 알지만 실제로 겪어본 적 없는 제도에 대해서, 그 제도의 실제 이용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땐 완전히 새로웠다. 기획한 의도와 현실에서의 적용은 다른 법이니까. 무슨 사안이든 길게 듣고 읽고 알아보면 첫 인상과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흔하다. 온이든 오프든 세간에 자기가 다 안다는 듯이 통렬하게 비판하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고 싶어지는 때가 많다. 시간 무한정, 지면 무한정, 하고 싶은 설명 전부 할 수 있게. 그래서 내용이 나온다면 듣고 읽고 알 수 있으니 더 좋고, 안이 텅 비어 있거나 궤변이라면 그걸 확인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다. 본인이 깨달으면 더 좋고. 구체적이 내용은 무엇이며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어 답을 듣거나 그 답을 써보게 해야 자신이 정말 그 사안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깨달을 수 있다. 긴 글로 헛소리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 그래도 스스로에게 백지 테스트를 해본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조금은 더 알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아니라고 해도

종종 자신이 분노조절장애인 것 같다고 어찌 고쳐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있다. 보통은 가족에게 혹은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혹은 서비스직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후회하는 내용으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는 게 보인다. 그래서 댓글 반응들은 언제나 싸늘하고 조롱조이다. 그런 건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다, 그냥 만만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인성파탄일 뿐이다, 경찰에게나 조폭에게 행패부리면 인정해줌, 이런 비아냥이 한가득이다. 자기보다 센 사람에겐 아무 말 못하면서 만만한 사람에게만 화풀이하는 게 분노조절장애가 아니긴 하겠지. 그치만 스스로 고치고 싶어하는데, 고치는 방법을 모르고 있고, 그래서 방법을 찾고 있는데, 욕하고 조롱하면… 뭐가 달라질까?

"욱하는 나를 멈추고 싶다"라는 만화의 작가 다부사 에이코도 아마 분노조절장애는 아닐 것이다. 경찰이나 이웃 눈치는 보고, 마구 구는 건 남편에게 뿐이다. 살면서 들은 세상사로도 자기 가족에게만 혹은 자기 울타리 안의 사람에게만 함부로 하고 화내는 사람은 흔하다. 그리고 그중 적지 않은 수가 그걸 후회하고 고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전문가나 상담가를 찾아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자력으로 그러지말자 하다가 또 폭발하고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본인도 후회하고, 고치고 싶어하는데, 방법을 모른다. 이런 사람도 어떻게든 제대로 된 안내와 전문가적인 도움을 받아서 그걸 고칠 수 있으면 본인이나 주변이나 다 좀 더 좋은 기분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부사 에이코에게 그런 도움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재 누군가에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것이 어떤 병증이 아니라 그냥 성격이 나쁜 걸로 보이는 문제라도, 본인이 고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고치는 걸 응원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다못해 정신과에 상담을 받아보는게 어떠냐는 흔한 조언으로라도 말이다.

구조

오늘자 신문에서 읽은 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위험작업을 혼자 하다 사고 당함. 한국서부발전에서 2인 1조로 하라는 안전지침 내려보냄. 운전 정비업무가 민영화 돼 있고 경쟁하며 저가입찰 중이라 비용압박으로 늘 인원이 빠듯해 2인 1조 실행 안 됨. 정비업체가 발전소에 안전을 먼저 요구하기엔 입찰 불이익이 우려됨. 사고나면 '안전지침을 노동자들이 안 지켰다'고 하청업체도 노동자에게 책임을 넘김. 입찰할 때 안전사고 많은 업체에 감점을 주기 때문에 업체들이 사고를 숨기도 산재처리도 안하고 구급차도 안 부름.

이런 건 어디를 손대야 고쳐질까? 안전사고를 안 나게 하려면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것이 곧 비용이고, 안전사고를 숨기거나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않게 하려면 그것이 감점요소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 발전소가 업체 계약을 할 때 저가입찰제를 하지 말고, 비용과 안전사고율을 기준에 안 넣으면 될까? 시간도 빠져야 한다. 재촉이 사고를 부르니까. 그럼 직원의 숙련도 및 정비의 질과 안전사고 관리수준을 기준으로 업체를 정하면 될까? 그냥 안전지침 하나 새로 내리고 땡치면 결국 아무 것도 안 바뀌는데, 이런 건 누가 어떻게 손대야 바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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