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921 EXO

9월은 엑소 첸 김종대의 달. 첸 생일이 9월 21일이라. 저번에 첸이, 받은 선물들을 다 잘 쓰고 있다고 보여주기도 어렵고 누구 선물은 좋아하고 누구 선물은 안 좋아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미안해진다고, 이제 마음만 받겠다고 (즉 선물을 안 받겠다고) 메시지를 올린 적이 있다. 팬들은 그에게 선물하고 싶어하는데, 그럴 수가 없지. 그래서인지 팬들은 직접 선물 대신 첸숲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지원한다거나, 이곳 저곳에 첸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하광고를 걸고 있다. 직접 선물을 줄 수 없는 만큼 올해 생일광고의 갯수가 어마어마한데, 대부분 서울이거나, 첸이 살던 동네인 경기도 시흥이거나, 첸이 태어난 고향인 대전이다.

지금까지 생일광고 걸린다는 소식을 접한 걸로는, 시흥의 정왕역 사거리, 첸숲 근처 화신프라자 사거리, 첸 모교인 정왕고 앞 배움의 숲 사거리. 시흥 시내버스에 배너광고. 서울에는 잠실역 2개, 삼성역 4개, 왕십리역, 건대입구역 2개, 청담역, 신사역, 압구정역 3개, 강남역, 홍대입구역, 신촌역. MBC 방송국 근처 버스정류장. 그리고 대전에는 대전시청역. 이렇게. 더 있을 수도 있다. 내가 트위터에서 대강 확인 한 것만 저정도니까. 엑소팬들은 누구 한 멤버 할 것 없이 팬들이 너무 많아서, 다같이 모여 뭘 할 수가 없다. 팬클럽은 상징뿐이고 팬클럽에서 주도하여 뭘 하는 건 상상도 못한다. 그럴 주체도 없고. 그래서 저 광고들은 모두 여기저기서 몇백명 몇십명 혹은 몇명씩 모여서 제각각 하는 거고, 홈마가 하는 것도 있고, 심지어 그냥 팬 개인 한 명이 하는 것도 있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에 하나씩 어디어디 있는지 표시해놓은 지도도 있더라. 생일을 축하하는 것 뿐인데도 첸팬들 모두의 축제 같다. 찾아가거나 지나가다가 보고, 반가워하고, 찍어서 인증하고. 서포트로 선물 들어갈 때보다 이런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헐. 부산에도 하나 걸린다고. 한다. 보러가야징 'w'

엑소 로또/라우더 1위 수상소감 EXO

160825 수호.
"엑소 멤버들 정말 힘들텐데 항상 열심히 무대 해줘서 리더로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고요. 무엇보다도 정말 밤새서 우리 기다리고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항상 우리편이 되어주시는 우리 엑소엘 여러분들, 우리 엘긔들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고마워요 진짜."

160826 수호.
"오빠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듣고 보고 있으니까...(시우민 세훈 레이 끄덕끄덕)...네...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엑소엘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위아원 엑소 사랑하자!"

레이가 허리며 몸이 아픈 것 같은 모습을 팬들이 봤고, 찬열이 발목을 아파하는 모습을 봤고, 첸이 다래끼로 눈이 부어있는 것도 봤다. 레이와 찬열은 아무렇지 않게 무대에서는 최선을 다해 공연을 소화하고, 첸은 까맣고 큰 선글라스로 눈이 보이지 않게 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그들이 어디든 출연할 때만 보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모를 수도 있고, 아무 일정 소식도 없다면 그들이 나름대로 자고 쉬고 병원 갈 시간이 충분할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간 단위로 그들이 어딜 가고 어딜 다녀오고 뭘 녹화하고 무슨 일정에 참여하는지 다 알 수 있다. 들려오는 스케줄 활동만으로도 공백의 시간이 거의 없다. 쉬거나 병원은 커녕 잘 시간조차 거의 없다. 엑소만 그런 게 아니라, 사전녹화나 예능 방청객으로 동원되는 엑소엘들도 마찬가지다. 나야 부산이고 가지 않지만 가는 사람들이나 나나 입장은 똑같은데, 새벽 시간이든 낮 시간이든 밤 시간이든 아무렇게나 부르고 밥을 걸러야 하든 잠을 못 자고 밤을 새야 하든 그래서 몸이 상하든 말든 방송국측은 신경쓰지 않는다. 되려 폭언이 난무하고 별 것도 없는 권력을 휘두른다. 그래서 최근에 모 프로그램 녹화차 동원된 엑소엘들은 아무 편의시설도 없는 지역에서 별다른 정확한 공지도 없이 20시간을 휴식도 없이, 욕까지 먹으면서 대기하는 일을 겪었다. 내가 거기 안 갔어도, 내가 거기 가서 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그 근처에 살았다면 나도 갔을 테고 고스란히 그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겠지. 인터넷 여론이야 시끄럽지만 그것 또한 아이돌판이라는 작은 곳에서의 소란이고 몇 백 명의 소위 '빠수니' 들이 천민취급 당한 건 아이돌팬 아닌 일반인이 감정이입할 사건도 아니고... 방송국측에서 발뺌하듯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버리면 당한 사람들만 (그리고 나처럼 언제든 똑같이 당할 수 있는 처지인 사람들만) 속상하고 끝나는 일이다. 그럴 때 저런 수상소감을 말했다. 엑소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듣고 보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나도 진짜 내가 헛것을 보나 했다. 너무 놀라서. 수호가 저렇게 말할 사건이 달리 없다. 수상소감에서 팬들에게 보답할 인사를 하려 했다면, 저 말이 정말 최고의 보답이지 않을까.

Can't Bring Me Down EXO

리팩 수록곡 Can't Bring Me Down

엑소가 콜미베이비와 럽미롸잇을 내놓았을 때, 그리고 럽미롸잇 리팩 수록곡들이 Tender Love, First Love, 약속 이렇게 셋인 걸 봤을 때, 다 좋아하는 곡들이지만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다. Sing For You 앨범 수록곡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데뷔 무렵 엑소곡들, MAMA, History, Two Moons같은 SMP는 더이상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음악적인 스타일과 분위기로서의 SMP는 할 수 있다. 엘도라도나 트랜스포머, 라잇세이버도 그런 쪽에 속하지. 하지만 트랜스포머는 내용상 사랑노래에 속하고, 엘도라도와 라잇세이버는 .... 간단히 표현하자면 소년만화스럽지가 않다. 약간은 중2병스러운, 이세계를 다루는 액션물이자 소년만화 대사같은 노래를 원하는데, 엘도라도/라잇세이버는 잘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같은 노래거든. 내가 '늑대와 미녀'라는 곡 가사를 좋아한 것도 한 줄 한 줄이 만화같아서다. 이런 노래가 아니면 어디서 누가 '와인보다 우아하게 잡아먹을테다' 라든지, '노란 달이 나를 놀려, 널 가질 수 없다고', '난 그냥 거친 야수인데' 같은 노랫말을 노래하겠냐고. (이땐 몰랐지만 다른 가수 중에서도 빅스가 종종 그런 노래를 하긴 하더라. 빅스 노래도 소년물 이세계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가사의 노래들은 꽤 재밌어한다. 내가 잔인한 걸 싫어해서 약간의 장벽이 있다.)

엑소 데뷔곡 마마는 그런 소년만화의 느낌을 듬뿍 담고 있다. '살의 가득한 질시, 끝을 봐도 배고픈듯한, 이젠 만족해?' 냉소와 절규! '우린 더이상 눈을 마주하지 않을까, 소통하지 않을까, 사랑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오글거려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가사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게 현실을 일부 반영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냉소적이지 않으려면, 현실에서 좌절이나 시련을 겪고도 낙관과 의지를 제대로 보이려면, 소년만화 프레임이 도움이 되거든. 엑소의 SMP곡 가사들은 그 범위 안에서 가장 덜 유치하고 덜 클리셰스러운 가사로 잘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데뷔앨범 History도 소년만화스러움이 다분하다. 내용 자체가 둘로 갈라진 엑소엠 엑소케이가 언젠가 하나의 태양으로 합칠 것을 선언하는 것. 가사도 어느 구절을 뽑든 소년만화에서 볼 법한 그런 멋이 있다. '오류투성이지만 배워가며 강해질 수 있는 나',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에덴의 아침을 꿈꾸고 있어', '멀리 돌고 돌아서 다시 시작하는 곳에 다 왔어' 이런 거. Two Moons도 그렇다. 엘도라도도 아주 약간은 소년만화스럽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곡이 고급스럽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신성해버려서. 그건 나한테는 거의 종교적인 느낌을 줄 정도로 경건한 곡이라 소년만화류 SMP로 느껴지진 않는다. 분류상은 이쪽이라 해야겠지만.

약간 유치할 수도 있는! 직설적인! 10대 초중반의 어린 열혈 소년이 만화에서나 할법한! 루피나 나루토나 엘런이 외칠법한! 그런 가사의 에셈피는 더이상 안 나오는 걸까, 지금의 스케일 큰 엑소는 더이상 그런 서브컬쳐스러운 곡을 들고 나오는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인가. 이걸 아쉬워한 것인데, 사실 포기했었다. 그건 데뷔 앨범 한정의 소년다움과 치기랑 어울리는 거였지. 그런데? 멤버들 다들 20대 중반에 이르거나 넘어간 이 시점에서 내가 딱 원하는 바로 그 소년만화스러운 치기어린 가사를 지닌 SMP곡이 나왔다! 그게 바로 저 Can't Bring Me Down. 가사의 어느 줄을 뽑아다 써도 앞에 언급한 그 어느 곡에도 뒤지지 않는 강한 소년만화 분위기를 보여준다.

타락한 Mind 틀을 깨버려
하늘 위로 문을 또 두드려
약자만 우는 세상 따윈 뒤집어
소년의 Cry
교만에 젖은 날개
니가 선택한 하늘은 Fall
아무도 손들지 못해
바다 깊이 잠긴 절망 속에
붉게 비친 달
다시 일어선다 또 가슴이 뛴다
더 높은 곳으로
고개를 돌려봐 Now
새로 태어난
그 아름다운 용기
지금부터 잘 들어 다 밝혀버릴테니
선이라는 가면에 숨어있는 악의
파멸을 제물삼아 쌓은 커다란 바위
오늘 모두 부숴버려
You will never ever bring me down
....
교활한 너의 도약 끝났어
그 달콤한 유혹의 한입
하나가 된 파도 앞에 몸이 덜덜
또 네가 스스로 꺾은 날개는 못써
....

가사가 완전 내 취향이야. 나한테 엑소가 투디관련 문화생활을 모두 완벽히 대체하는 덕질이 된 이유도 이거 때문이거든.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미남이다. 강하고 정의롭고 시련을 겪고 이겨내고 불굴의 의지를 보이는 그 모두가 미남이야. 그래야 멋있거든. 하지만 현실에 그만한 미남이 그런 이야기를 보여줄 일은 가끔 나오는 헐리웃 영화가 전부였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내 취향의 미남은 레골라스 한 명 뿐이었지. 아니면 헐리웃답게 늘 연애사건이 들어가거나 -_-); 그런데 엑소라는, 멤버 전원이 미친듯이 잘생긴 그룹이 사랑은 한스푼도 들어있지 않은, 이런 온전히 소년만화스러운 노래를 부른단 말이오! 난 엑소가 이런 노래를 꾸준히 꼭 내줬으면 좋겠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차피 초능력 외계인 컨셉으로 나온 시점에서 대중적인 것보다 마니아층 형성을 노린 것일테고, 마마-히스토리-투문-블랙펄-엘도라도-라잇세이버-캔브링미다운 같은 노래들이 저 엑소의 마니아스러운 정체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이 곡 가사는 그 자체로 맘에 들기도 하고, '마마'에서는 좌절하고 원망하고 호소하고 회유하려 했던 화자가 캔브링미다운에 이르러서는 그런 유약한 면들을 싹 지우고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화자로 바뀌어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맘에 든다. '마마'에서는 적이 없다. 모두가 조금씩 마음을 잃고 삭막해져가는 것으로 세상은 망가지고, 화자는 그것을 원망하며, 여전히 세상물정 모르는 천사가 그저 모두에게 간절하게 호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캔브링미다운은 확실한 적을 인식하고 있고, 그 적과 전략적인 싸움도 할 수 있고, 그 전투가 아무리 처절하고 힘들어도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리라는 의지로 충만하다. '마마' 화자보다 훨씬 세상물정 잘 알고, 호소나 부탁이나 회유가 아니라 스스로 비틀린 세상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만한 주체가 돼 있다. 그건 모든 세상의 주인이 되어 지배하는 형태는 아니다. 내가 적인 너를 아주 없애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You can't bring me down, 네가 나를 파멸시킬 수 없다는 거다. 내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내 세계를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적에게 결코 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의 노래다.

특히 너무 좋은 게, 이걸 엑소가 부르잖아?

(첸) 타락한 Mind 틀을 깨버려 / 하늘 위로 문을 또 두드려 / 약자만 우는 세상 따윈 뒤집어 / 소년의 Cry
(백현) 교만에 젖은 날개 / 니가 선택한 하늘은 Fall
(디오) 더 높은 곳으로 / 고개를 돌려봐 Now / 새로 태어난 그 아름다운 용기

저 가사를 저 목소리로 들으니까, 멤버 하나하나가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처럼 느껴진다는 게 넘나 좋음. 특히 첸/백현/디오 세 사람이 부르는 파트들이 가장 좋다. 목소리나 보컬 스타일도 개성 뚜렷하고, 외모나 제스추어나 표정이나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캐릭터 또렷하고, 저 셋이 나이에 비해 굉장히 소년 분위기가 나기도 해서, 소년만화 주인공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심지어 성격적으로도 좋은 조합이야! 진지하고 신중한 디오, 긍정적이고 발랄한 첸, 적극적이고 앞서나가는 백현. 마마/히스토리처럼 저걸로 초능력 쓰는 장면 섞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면 대박일텐데. 후반부에 번개 능력자 첸이 '새로 피어난 그 순수함을 지켜' 라는 노랫말을,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벼락같은 느낌으로 부른다. 빛 능력자 백현이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난 Dawn'이란 노랫말을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마치 먼 곳에서 비쳐오는 여명처럼 부르고, 작지만 단단하고 근엄하고 강해보이는 디오가 곡의 가장 끝에 'You can't bring me down' 이라고 여유롭고도 단호한 느낌으로 노래한다. 게다가 You can't bring me down이라는 똑같은 가사를 여러 명이 번갈아 부르는데, 다들 초능력이 있단 걸 너무 잘 알다보니 레이가 말할 땐 아무리 쓰려뜨려도 다시 부활할 것 같고 (치유능력자), 카이가 말할 땐 적들이 그를 아예 잡을 수조차 없을 것 같고 (순간이동능력자), 디오가 말할 땐 공격받아도 절대 부서지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힘능력자). 재미있게도 첸, 백현, 레이, 디오는 자기 초능력과 목소리 스타일도 어울린다. 그 중에서도 레이가 그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파트들은 목소리 때문에라도 그 자체로 치유하는 느낌이다. 이런 거 되게 좋지. 투디와 쓰리디를 넘나드는, 판타지스러운 현실의 미남보컬들. 소년만화 가사의 SMP들은 엑소의 이런 특징을 잘 살려준다. 그러니까 꾸준히 내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리팩 신곡이 꿈이랑 이건데, 꿈이야 당연하고 이 곡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듣거나 따라 부르고 있으면 내가 봐온 수많은 액션물 소년물 애니메이션 오프닝들처럼, 등장인물들을 첸백현디오를 비롯한 엑소멤버들로 바꾼 오프닝 영상을 상상하게 된다. 주로 베이스는 나루토 오프닝들 ㅋㅋㅋㅋㅋㅋ 내가 머릿속에서 만든 이 엑소버전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들을 남들도 볼 수 있게 제작할 수 있는 금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능력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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