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날개 히요He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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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19 공지사항 방명록



호잉이랑 과학 Lamp

-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낮에 들러 나랑 아즈 볼 책을 이것 저것 사왔다. 겸사겸사 어린이용 책인 WHY시리즈도 살펴봤다. 예전엔 호잉이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걍 공룡, 뇌, 교통수단, 식물, 똥 편을 사왔었다. 이번에야 뭘 좋아할지 잘 알지. 우주와 별, 지구에 관한 거. 그래서 우주, 별과 별자리, 로켓과 탐사선, 남극과 북극 이렇게 네 권을 사다가 거실 탁자에 올려 놓았다. 역시나 저녁에 집에 오자마자 책 제목을 보고 달려와 반가워한다. 지금도 보고 있는데, 웃긴 건 만화 잡담 파트는 대충 넘기고 별과 별자리 및 망원경 정보에 대해서만 반가워하며 짚고 낭독하고 넘긴다.

- 호잉이가 어제 태양을 직접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기에 셀로판지를 사다주기로 했다.

- 어린이 과학관같은 데 데려가주면 좋아할 게 100%라 어디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나도 천체에 관심 많고 플라네타륨 좋아하고 십년도 한참 더 전이지만 과학관 놀러가고 그랬었는데, 같이 가면 재밌지 않을까. 부산 내에서나 가까운 곳에 어디가 있을지 찾아보는 중.

- 난 공룡도 좋아해서, 보통 남아가 5세가 되면 공룡박사가 되곤 한다기에 공룡모형들 사줄 생각에 들뜨면서 애가 공룡에 관심을 가지길 기다렸었다. 결과적으로 얘는 공룡엔 관심 제로- ^^

노는 꼴 책 관련

< 90년생이 온다 > 를 읽다가

놀라운 것.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차원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워라밸 캠페인을 해오고 이런 저런 제도도 마련했대! 전혀 체감 1도 안 오고요? 나는 야근하거나 주 52시간 넘는 근무가 아니니까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아도 내 주변 모든 취업자들이 밥먹듯이 야근에 과로에 수당 제대로 못 받고 (그나마 수당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들은 늘어남) … 그래서 워라밸 캠페인이 10년 넘은 줄은 꿈에도 몰랐네. 10년 한 게 이거라니.

[ … 그중에 하나는 정시 퇴근 캠페인이다. 몇 년 전엔 정부에서 내수 진작 차원에서 매주 수요일 정시퇴근을 독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시 퇴근의 이유가 내수 진작 차원이라는 것이 실소를 자아낸다. ] 163p

실소를 자아내는 일이긴 한데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맥락도 있다. 정시퇴근과 노동시간 감소의 개념에는 `사람에게 쉬고 놀고 여유를 가질 시간을 더 주어야 한다,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 라는 가치관이 결부되어 있다. 이게 단순히 노동에 대해 지불해야 할 돈만의 문제라면, 많은 수는 돈 더 주고 일 더 시키는 쪽을 택한다. 왜냐? 자기보다 아랫 사람이 여유를 부리거나 노는 꼴을 못 봐서. 그것이 내수진작이라는 다른 `경제적 이득`이 있다는 근거라도 안 대면 상종할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이게 꼭 직장 고용주나 상사만의 문제냐면 그렇지도 않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놀고 있으면 저럴 시간에 단어라도 조금 더 외우라고, 수학 문제라도 몇 개 더 풀라고, 짬을 내어 뭐라도 읽으라고 한다. 많은 부모가 애들 하루 스케줄에서 빈 시간이 나는 꼴을 못 본다. 학령기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그게 한 시간이 넘어가면 충분히 놀았다고 보고 그 이상은 시간낭비라고 느낀다. 혹은 그마저도 스케줄로 채우고 노는 건 짬짬이 일정 사이사이 20-30분씩 알아서 놀라고 한다. 고교 동아리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처럼 두세살 차이밖에 안 나도, 같이 뭘 하면 자기보다 후배인 놈이 여유부리는 꼴을 못 본다. 자기는 여유를 부려도 후배는 성실하게 뭘 하고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성실하게 뭘 하고 있는 경우엔 더더욱 남들 노는 꼴을 못 본다.

심지어 위아래가 없어도 사람들은 생산성과 직결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시간낭비 하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휴학을 한다 그러면 그것이 얼마나 시간낭비인지를 설득하고, 그게 낭비가 아니려면 휴학 중 할 공부와 딸 자격증과 스펙 준비 계획이 이미 다 세워져 있어야만 한다. 그냥 쉰다? 난리날 일이다. 인생의 여유를 위해, 휴식을 위해, 삶을 돌보고 주변 사람을 돌아보기 위해 여유시간을 내겠다고 하면 미쳤거나 낭만주의자가 되거나 현실을 모르거나… 가성비에 기를 쓰는 것만큼이나 생산성에 집착한다. 이 생산성은 구체적인 효율을 따지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 뭔가 `일이나 공부` 를 하고 있기만 하면 오케이인 것이다. 겉보기에 뭔가 하고 있으면 된다. 요는 실제로 어떤지와 상관없이, 명분상으로 놀고 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보통 생활인들도 흔히 저런 코드를 가지고 있으니, 직장에선 그게 강화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식이나 동생, 후배들 노는 꼴도 못 참아내는 사람들이 월급 주고 일시키는 직원들 노는 꼴을 견딜 리가.

남이 쓰는 돈도 낭비라고 하고, 남의 취미에 들어가는 돈도 낭비, 남의 취미에 쓰는 시간도 낭비… 쓸모를 증명하지 않으면 모두 쓸데없는 일에 낭비한다고 본다. 심지어 자기 취미와 여유는 존중받아야 된다는 사람들 마저도 남의 것에는 쓸모와 낭비를 논한다. 결국 쓸모와 상관없는 삶, 여유, 노는 활동이 존중되어야 하는 건데, 이 분위기가 변하지 않으면 워라밸이라고 기업만 어찌해봐야 크게 바꾸기 어렵지 싶다.

어쿠스틱 라이프 3 영화 만화 관련


알라딘 중고서점 들렀다가 샀다. 어쿠스틱 라이프 시리즈는 웹툰으로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잊어버린 건지 아니면 단행본이라 내용이 더 들어간 건지,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많다. 꽤 맘에 들어서 이거 다 읽고 나면 단행본으로 나온 다른 권도 사야겠다.

부장님 개그

저 책을 읽다보니 자꾸 `내 세대가 90년생들 앞에서 부장님처럼 굴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

나이든 세대가 젊은 세대 유행어, 신조어, 농담코드 조금 알았다고 그 세대에게 그걸 써먹는 일은 비추천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금방 이해는 하는데, 그거야 우리보다 나이든 세대가 우리한테 그러면 정말 재미없는 부장님 같아 보이고 아재스럽고 하 하 하 ... 민망하고 반응해주기 싫고 그렇다는 걸 다들 느껴봤을 테니까.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안 그럴 줄 알고 어린 세대한테 같은 행동을 한다. 왜 그럴까 -_- .... 역시 자기 반성과 역지사지는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일까 .... -_- ....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알았으면 그냥 알아만 두면 된다. 코드를 이해했으면 그냥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자기도 동참하고 싶으면 막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되는 거고. 그렇게만 있어도 소통할 때 젊은 세대 트렌드와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묻어나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 사람보다는 한결 소통이 잘 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몰라도 모르는대로 그것이 세대차이 유머코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행어 신조어 최신 트렌드 이런 걸 꼭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그거 안다, 나도 그거 써봐야지’ 이런 마인드는 상자에 밀봉해 콘크리트 박스에 묶어 깊은 바다에 던져 넣어야 한다. 하도 섞여 소통하다보니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나오는 건 괜찮지만, `써볼까` 라고 의식하는 순간 안 쓰는 게 백만배 낫다. 젊은 세대에게 유행하더라도 자칭 인싸와 자칭 아싸의 감성은 또 달라서, 어설프게 어느 한 쪽을 흉내내면 진짜 진짜 진짜 별로... 별로가 된다. 애초에 왜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흉내내려 하는가부터가 문제인데, `나도 젊은 감성을 가지고 있고 젊은이들과 잘 논다! 아직 젊은 나!` 이런 발상을 하는 건 아닌지 자기검토를 해보고 그런 마인드가 있다면 또 잘 묶어서 저 바닷속으로 수장시켜버리는 게 좋겠다. 사람이 자기를 주인공으로 보고 남들을 들러리로 쓰고자 하는 욕망을 아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우리를 상대로 그런 꼴을 보였던 기성세대를 생각하면 그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금방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되고 싶진 않을 거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식은, 나는 내 세대의 가치관과 규범과 행동코드를 지닌 채로 잘 살고, 상대방이 다른 세대라 나와 다른 그 세대의 코드를 가지고 있으면 잘 관찰하고 듣고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그냥 소통하는 것이다. 그쪽 세대로 끼어들려고 무리하지도 말고, 그쪽 세대의 코드를 폄하하지도 말고, 외국인 만나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것처럼 서로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가끔 서로 자기네 세대 특징을 가르쳐주고 재미있어 하는 건 좋지만, 상대방이 재미있어 하지도 않는데 흉내내는 일은 ... 일부러 광대노릇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삼가는 게 낫다. 정말. 제발. 민망함은 보는 사람 몫이 되니까.

다른 세대를 대할 때 책 관련

< 90년생이 온다 > 를 읽는 중.

자신이 ‘평가자’의 시선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종종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가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만들기 쉽고, 지적질 할 것들을 먼저 눈여겨 보게 되며, 꼰대의 시선으로 상대를 교정할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려고 안 해도 평가자의 시선을 갖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특히 위아래 관계도 아니고 상대방이 날 훌륭한 사람이라고 존경하는 관계도 아닌데 상대방을 평가의 시선으로 보고 있으면 몰이해와 편견에 빠지기도 딱 좋다.

이는 특히 연하를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지가 존나 대빵인 줄.. 한 살이라도 많으면 엄청난 권위라도 가지고 있는 줄 착각하는 사람이 양산되는 한국 현대 문화에서는, 연상자는 연하자를 상대로 툭하면 평가자로서 행동하곤 한다. 은연 중에, 자기도 모르게. 그걸 지적당하면 본인도 본인이 꼰대처럼 굴었구나 깨닫기는 하던데, 지적 후에 깨달으면 뭐하나 다음엔 안 그럴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연하, 혹은 다음 세대, 내가 공감하지 못할 상대를 대할 때는 ‘나는 당신들에 대해서, 혹은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니 듣고 알고 싶다’ 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연하, 다음 세대는 버릇이 없거나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우리와 다른 기준의 규범을 가지고 있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방종처럼 보이거나 선을 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거기에는 그렇게 된 인과관계가 존재하고 애초에 선이 잘못 그어진 부분이 있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자기 또래가 지키는 규범이나 공동으로 지닌 문화는 그 시대에 태어나 그것을 체화했기 때문에 가진 것 뿐으로, 당장 내가 만약 실제 내 탄생년도보다 10년 뒤에 태어났으면 90년생과 같은 행동패턴과 사고방식을 보였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과 그들의 차이가 아니라, 겪고 자란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우리 세대의 눈에 이해하기 어렵게 보인다면, 평가하기 전에 ‘그들이 겪은 상호작용의 과정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듣고 관찰해야 한다.

기왕이면 더 나아가서, 그들의 패턴을 배우고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다. 왜냐면 결국 그들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같이 지낼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또래하고만 말 잘 통하고, 상대가 10살만 어려도 몰이해와 편견을 지니고서 꼰대질하거나 ‘왜 저러지?’라고 혀 차고 있는 연상자가 되는 것보다는 소통 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당연히 스스로에게도 훨씬 유익하다.

모든 세대가 전 세대를 향해 버릇이 없다고 말해왔다는 것은 세대마다 항상 가치관과 규범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어왔다는 뜻이다. 다음 세대를 상대로 ‘버릇없다’고 말하는 기성세대가 될지, 아니면 ‘왜 그런 가치관과 규범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소통가능한’ 기성세대가 될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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